정부가 2030년 인공지능(AI) 세계 3강(G3)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정작 국내에서 AI를 규정하고, 관련 산업을 지원 및 제재하기 위한 AI 기본법은 여야의 정쟁 탓에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AI 3강인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이 앞다퉈 지원 및 규제법안을 정립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미 AI 산업 주도권 전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기본법 소관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방송장악 3차 청문회’를 진행했지만 파행했다. 관련 핵심 관계자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이 불참한 데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질의 전 퇴장하면서다. 과방위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둘러싼 여야의 ‘전쟁터’가 되면서 AI기본법 등 과학기술 법안 심사가 한없이 미뤄지는 형국이다.
이미 한국은 AI 입법에서 주요국에 비해 한참 뒤처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21대 국회에 올라왔던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안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사이 EU가 AI 기본법안 세계 최초 성안 타이틀을 가져갔다.
한국은 국내 AI 산업에 대한 육성 및 지원책, 규제법 등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조차 확보돼 있지 않아 AI 개발 기업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 사업을 확장하려고 해도 국내 AI 기본법이 없다 보니 고민스러운 부분이 많다. 그렇다고 국내 출시 예정인 AI 사업을 EU나 미국, 중국에 맞춰 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이 AI 패권을 선점하고 G3로 도약하기 위해 독자적인 비전을 담은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 이사장은 “AI 산업의 육성과 규제,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담아야 하는 AI 기본법은 결국 글로벌 경쟁에 나서야 하는 기업들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한다”며 “국내 AI 산업에 맞는 우리나라만의 육성 정책과 지원책, 규제정책이 있어야 (국내 AI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글로벌로 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