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임기 첫날 대규모 이민자 추방작전을 실시할 것이라고 공언하며 다시 ‘이민자 혐오’를 부추겼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대선 격전지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외곽 소도시 하웰의 경찰서 앞에서 유세 행사를 열고 “‘이민자 범죄’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있다”면서 “이들은 기존의 사악한 범죄들보다 아마도 더 사악한 범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방치로 전 세계의 범죄자들이 미국으로 몰려들면서 범죄가 통제 수준을 벗어났다”며 “베네수엘라의 범죄율이 작년보다 72% 줄었는데 수도 카라카스의 범죄자들을 도시 밖으로 몰아내고 우리에게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 세계 교도소의 수용인원이 낮아졌는데 그 역시 미국으로 범죄자들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디트로이트 지역 매체인 디트로이트 뉴스는 이 같은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연방수사국(FBI) 데이터에선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난 지 2년 만에 전국 폭력 범죄율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가 이날 유세지로 선택한 미시간주 하웰에서 한 달 전 백인 우월주의자 집회가 열렸다는 점 등을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인 극단주의와 역사적 연관이 있는 미시간주 마을에서 선거 유세를 했다”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선거캠프 측은 조 바이든 대통령도 2021년 하웰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유세지 선정이 백인 우월주의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나는 그를 좋아한다. 훌륭한 신사라고 생각한다”고 이례적인 칭찬을 내놓아 시선을 끌기도 했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교역 분야에서 너무나 취약했다”라며 “일본과 중국 같은 나라가 미국에 한 일을 살펴보면 재앙이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를 존경하고, 부인도 존경한다”면서 재차 우호적인 발언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당시 케냐 태생의 흑인 아버지를 둔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미국 태생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상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음모론을 적극적으로 퍼뜨린 바 있다.
한편 ‘제3후보’로 미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독자 출마를 포기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에 가세하는 방안을 옵션의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고 케네디 주니어의 러닝메이트 니콜 섀너핸이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