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건물 마련 위해 딸 이용…가스라이팅으로 혼인했다가 살해”

유족, 법정서 엄벌 탄원…의대생 어머니는 “아들 대신해 용서 구한다”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의대생 최모(25)씨 재판에 피해자 아버지가 출석해 엄벌을 탄원했다.

 

A씨 아버지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는 이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와선 안 되는 중범죄자”라고 호소했다. A씨 아버지는 “최씨는 의대를 졸업한 후 병원을 운영할 건물을 마련하기 위해 제 딸을 이용했다”며 “딸을 가스라이팅해 혼인신고를 했으며, 딸이 이 사실을 저와 아내에게 말하자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했다.

 

‘교제 살인’ 의대생 최모(25)씨가 지난 5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송치되고 있다. 뉴스1

그는 흐느끼며 “딸이 숨진 이후 108일이 넘도록 고통이 계속 쌓여 감정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라며 “제 가족은 최씨와 같은 사회에서 살 수 없기에 그가 사회로 돌아오는 것을 제가 앞장서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최씨의 어머니도 증인으로 나와 “너무 죄송하다”며 “아들을 대신해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지난 5월6일 여자친구 A씨와 결별 등 문제로 갈등을 빚다 인근 건물 옥상으로 데리고 가 A씨의 목과 얼굴 부분을 수십 차례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최씨가 중학교 동창인 A씨와 만남을 이어오다 문제 상황이 생기자 살해하기로 계획하고 미리 흉기를 준비한 것으로 봤다. 그는 연인 사이였던 A씨와 올해 4월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채 혼인신고를 했고 이를 뒤늦게 안 A씨 부모는 혼인 무효소송을 추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 측은 지난달 26일 열린 공판에서 “세부 관계 중 일부 다른 점이 있지만 피해자를 살인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전부 인정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은 범행을 저지른 건물로 가는 동안 휴대전화로 ‘사람 죽이는 방법’ 등을 검색했고 범행을 실행했다”며 “사귀고 있던 피해자의 말을 왜곡해 이해하고 공격이라고 생각해 잔인하고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에 대한 진지한 반성보다는 범행을 합리화할 뿐만 아니라 사체 손괴 등 2차 범행까지 저질러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진행한 후 10월7일 공판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