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높은 수준의 불소에 노출되면 지능지수(IQ)가 떨어질 수 있다는 미국 정부 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국내에서는 불소가 높게 함유된 수돗물을 거의 공급하지 않고 있지만 불소는 차나 커피 등 일부 음료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임산부는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 기관은 높은 수준의 불소 노출과 어린이의 IQ저하 사이의 연관성을 ‘중간 수준의 신뢰성’으로 처음 인정했다. 권장 기준의 2배에 달하는 불소가 함유된 수돗물을 마신 어린이는 IQ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비록 이 보고서가 수돗물에 포함된 불소만의 건강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작성된 것은 아니지만, 높은 불소 수치가 신경학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불소는 치아를 강화하고 충치를 예방한다. 치아를 코팅하고 있는 법랑질(에나멜)을 불소가 강화해 치아를 충치로부터 보호한다. 불소를 수돗물에 첨가하면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1940~1950년대 불소화 수돗물을 공급한 지역에서 충치 발생률이 60% 줄었다.
미 연방 보건 당국은 2015년 이후 ℓ당 0.7㎎을 권장하고 있다. 이전 50년간 권장 상한선은 ℓ당 1.2㎎였다. 연구를 수행한 미 국립독성프로그램(NTP)는 캐나다. 중국, 인도, 이란, 파키스탄, 멕시코에서 수행한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ℓ당 1.5㎎ 이상의 불소가 포함된 식수를 지속적으로 섭취한 어린이의 경우 IQ가 낮아질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는 다양한 불소 노출 수준에서 IQ가 얼마나 떨어질 수 있는지 수치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높은 수준의 불소 노출을 받은 어린이는 IQ가 2~5포인트 저하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약 0.6%인 약 190만명이 ℓ당 1.5㎎ 이상의 불소가 포함된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연구원인 애슐리 말린은 “임신부가 물 뿐만 아니라 특정 유형의 차에서 불소 섭취를 줄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음료에 불소 함량 표시를 요구할지에 대한 정책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불소화 수돗물을 공급하다 유해성 논란으로 인해 5~6년 전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수돗물 내 불소 함유량을 물 1ℓ당 0.8㎎으로 제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