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폭행하고 합의 종용 스토킹까지… 축협 女조합장, 항소심도 ‘징역 10개월’

축협 부하 직원들에게 손발은 물론 신발, 술병 등으로 폭행하고 형사 입건되자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스토킹한 혐의(특수폭행 및 특수협박, 강요, 근로기준법 위반, 스토킹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전북 순정축협 조합장 고모(62)씨의 항소가 기각됐다.

 

전주지법 제3-3형사부(부장판사 정세진)는 22일 고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이 형이 확정되면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고씨는 조합장직을 상실하게 된다.

 

지난 2023년 9월 전북 지역 한 축협 조합장이 관내 한 식당에서 직원에게 폭언을 한 뒤 신발을 벗어들어 폭행하고 있는 모습. 폐쇄회로(CC)TV 화면 캡처

고씨는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여 동안 축협이 운영하는 식당과 장례식장 등에서 직원들에게 “당장 사표를 쓰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소나 잘 키우라”고 말하며 손발과 신발, 술병 등으로 직원들을 4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자신의 지시 사항을 잘 따르지 않거나 노동조합을 탈퇴하지 않는다는 등 이유로 술에 취하면 이런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속된 괴롭힘에 시달린 직원들이 고소하자 피해자와 가족에게 일방적으로 81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전송해 합의를 종용하고, 이들의 주거지와 입원한 병원 등 앞에 5차례 찾아간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피해자들은 거듭된 폭행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얻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고씨는 결국 피해자들 고소로 형사 입건된 이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자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검찰도 “피고인의 자백 등 사정을 감안해 형량을 다소 낮춰 징역 2년을 구형했는데도 양형 부당으로 항소했다”며 원심 때 구형한 징역형을 선고해달라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데다 사건 발생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났는데도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유리한 정상을 참작해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앞서 고씨는 항소심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 “차가운 어둠을 지나 밝은 미래로 갈 수 있도록 앞으로 평생 헌신하며 살겠다”며 눈물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이 사건은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할 정도로 갑질 중의 갑질이자 피고인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며 형량을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판결 이후 고씨가 조합장으로 있는 축협 노조 관계자는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어날 것을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있다”면서 “조합장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면 반성문을 (십수 차례에 걸쳐) 낼 게 아니라 사표부터 제출했어야 옳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