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힘겨움에 지친 한 사람이 앞을 향해 굳건히 걸어가고 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작품인데, 장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잘 반영했다고 평가받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자코메티는 자신이 추구했던 초현실주의 경향을 버리고, 거친 현실 속에서 실존하는 인간 존재의 모습을 나타내려 했다. 굳은 표정의 얼굴과 깡마른 몸에서 행동하는 인간의 결연한 의지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실존주의는 2차 세계대전 후 사르트르에 의해 유행한 사상이었다. 큰 전쟁을 치른 후, 유럽은 폐허가 됐고 사람들은 현실적인 생존이라는 구체적인 문제에 매달렸다. 인간 정신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 인간이 정신 능력으로 문명의 발달을 이루었지만, 그 능력으로 만든 무기에 의해 인간이 살육되는 비극적 참상을 겪었기 때문이다. 실존주의는 이런 상황 속에서 팽배했던 절망감과 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모색이었다.
사르트르는 인간 존재의 성격을 현실존재 즉, 실존이란 말로 규정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개별성과 주체성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의 존재 방식을 선택해 나간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종전의 철학이 정신의 우월성을 지나치게 앞세웠다고 비판했으며, 정신적 사유보다 신체를 통한 행동과 실천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