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통위원장 탄핵해 놓고 이제 와 野 몫 2인 추천 의도 뭔가

더불어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중 야당 몫 위원 2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그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장악 3차 청문회’에서 최민희 위원장은 “공모를 통한 정당한 절차를 통해 민주당 추천 몫의 방통위원 선임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여당 몫 추천 1명의 국회 의결에 대해서도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협조할 뜻을 밝혔다. 상임위원 5명으로 이뤄져야 할 방통위가 1년째 2명이나 1명, 아예 공석으로 파행운영된 점에서 뒤늦게나마 정상화의 길이 열리는 듯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제기했던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이동관·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위원장 직무대행까지 ‘2인 체제’의 불법성 등을 문제 삼아 연달아 탄핵을 강행해 스스로 물러나게 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2인 체제’로 KBS 이사진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임명했다는 이유로 취임 하루 만에 탄핵안이 발의됐다. 탄핵안 가결로 이 위원장은 직무가 정지됐고 방통위는 김태규 직무대행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민주당은 여야가 각자 몫을 추천해 5인 체제를 정상화하자는 국민의힘 요구를 줄곧 외면했다. 지난해 3월 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방통위원 내정자를 법제처 결격사유 검토를 이유로 7개월간 임명하지 않은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 민주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꿨으니 반가우면서도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불법적인 방송장악’을 밝히겠다고 3차례나 청문회를 열어놓고선 소득 없이 끝나자 야권 성향 방통위원 임명을 통한 ‘게릴라전’ 식으로 전략을 바꾼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여야 추천 2대 2 구도에서는 충분히 싸워볼 만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방통위 정상화 의도가 순수하다면 민주당이 이 위원장 탄핵 심사가 끝난 뒤 상임위원을 추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MBC 등 공영방송 지형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여야의 이전투구는 볼썽사납다. 상임위가 온통 방송 얘기만 하다 보니 인공지능(AI) 기본법이나 소프트웨어진흥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과학기술산업 현안은 아예 다뤄지지도 못하고 뒷전으로 밀려 있다. 상임위원장부터 AI 법안 심사가 1소위 소관인지, 2소위 소관인지조차 모르니 제대로 논의될 리 없다. 그러니 상임위를 과학기술과 방송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