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난리였어요.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사람들과 건물에 매달린 이들도 보였어요.”
7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한 경기 부천의 호텔 화재 현장은 사고 이튿날인 23일에도 아비규환 상황을 고스란히 전했다. 바로 옆에서 한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은 전날 불이 났을 때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가 순식간에 일대로 퍼졌다고 알렸다.
이 상인은 “갑자기 전기가 끊기며 소등되자 밖으로 나가 호텔을 쳐다봤다”면서 “건물 유리창을 깨고, 구조를 요청하는 큰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렸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보여줬다. 호텔 내부에 빠르게 퍼진 유독가스가 인근으로도 옮겨졌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9시20분쯤 화재 현장에 도착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화재 사고 발생 및 수습 상황을 보고 받았다. 앞서 사망자 중 2명은 불이 나자 8층 객실에서 호텔 밖 1층에 설치된 소방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사망했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저도 동영상을 봤지만 에어매트가 뒤집히던데 설치 사항에 오류가 있었느냐”라고 물었다. 소방당국은 정상 설치를 했으나 호텔에서 뛰어내린 투숙객이 모서리로 떨어지면서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조 본부장은 “중앙 부분에 낙하해야 가장 안전하고 그렇게 하도록 매뉴얼이 돼 있는데 모서리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뒤집힘 현상에는 전문가 자문을 받을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소방당국의 과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에어매트가 설치 때 단단히 고정되지 못해 인명 피해를 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장관이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느냐”고 묻자 조 본부장은 “당시 인원이 부족해서 에어매트를 잡아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19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화재는 발화 지점이 810호 객실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3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810호엔 투숙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화재 원인 등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 목격자는 “(810호에) 들어왔다가 타는 것 같은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방을 바꿔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조 본부장은 “최초 발화된 객실에 문들 닫고 나왔으면 괜찮은데 문을 열고 나와서 연기가 급격하게 확산됐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