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매트 설치 오류’ 논란에… “투숙객이 모서리로 떨어지며 뒤집혀” [부천 호텔 화재]

“당시 인원 부족해 잡아주지 못했다” 해명
아비규환 현장, 매캐한 탄 내 빠르게 퍼져

“그야말로 난리였어요.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사람들과 건물에 매달린 이들도 보였어요.”

 

7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한 경기 부천의 호텔 화재 현장은 사고 이튿날인 23일에도 아비규환 상황을 고스란히 전했다. 바로 옆에서 한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은 전날 불이 났을 때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가 순식간에 일대로 퍼졌다고 알렸다.

지난 22일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의 화재 당시 현장. 일부 투숙객이 호텔 외부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 연합뉴스
23일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시의 한 호텔의 모습. 강승훈 기자

이 상인은 “갑자기 전기가 끊기며 소등되자 밖으로 나가 호텔을 쳐다봤다”면서 “건물 유리창을 깨고, 구조를 요청하는 큰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렸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보여줬다. 호텔 내부에 빠르게 퍼진 유독가스가 인근으로도 옮겨졌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9시20분쯤 화재 현장에 도착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화재 사고 발생 및 수습 상황을 보고 받았다. 앞서 사망자 중 2명은 불이 나자 8층 객실에서 호텔 밖 1층에 설치된 소방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사망했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저도 동영상을 봤지만 에어매트가 뒤집히던데 설치 사항에 오류가 있었느냐”라고 물었다. 소방당국은 정상 설치를 했으나 호텔에서 뛰어내린 투숙객이 모서리로 떨어지면서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3일 경기도 부천시 모텔 화재 현장을 찾아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강승훈 기자 
23일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경찰 및 소방 관계자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의 화재 당시 현장. 연합뉴스

조 본부장은 “중앙 부분에 낙하해야 가장 안전하고 그렇게 하도록 매뉴얼이 돼 있는데 모서리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뒤집힘 현상에는 전문가 자문을 받을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소방당국의 과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에어매트가 설치 때 단단히 고정되지 못해 인명 피해를 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장관이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느냐”고 묻자 조 본부장은 “당시 인원이 부족해서 에어매트를 잡아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22일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의 화재 당시 현장. 연합뉴스
지난 22일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의 화재 현장에서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19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화재는 발화 지점이 810호 객실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3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810호엔 투숙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화재 원인 등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 목격자는 “(810호에) 들어왔다가 타는 것 같은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방을 바꿔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조 본부장은 “최초 발화된 객실에 문들 닫고 나왔으면 괜찮은데 문을 열고 나와서 연기가 급격하게 확산됐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