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시즌2 공개…“재일교포의 삶 우리가 모르는 게 많아”

“조선인이 등에 쌀을 지고 (일본으로) 헤엄쳐 오게 하면 어떨까요. 게으른 바퀴벌레들에게 좋은 약이죠.” 

 

“이 나라에서 살거면 우리 말을 제대로 배우는 게 좋잖아요.…우리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가게로 가세요. 당신 같은 사람들이 가는 가게 있지 않아요.”

 

사진=애플TV 제공

23일 공개된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두 번째 시즌의 대사들이다. 첫 문장은1945년 일본인이 조선 기업인 고한수(이민호)의 면전에서 무안을 주기 위해 하는 말이다. 두번째 대사는 1989년 일본인 마트 주인이 주문 실수를 하고도 적반하장으로 재일교포 선자(윤여정)를 타박하며 하는 표현이다. 4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재일교포가 경험하는 차별은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3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여정은 “(주변에) 자이니치(재일 한국인)의 삶에 관해 물어봤다”며 “우리가 모르는 게 너무 많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의 뒷 이야기, 실제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감사하면서도 그들의 삶을 우리가, 정부가 너무 몰랐구나 싶었다”며 “찍는 동안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배우 이민호(오른쪽부터), 김민하, 윤여정, 김성규, 정은채가 23일 서울 강남구 서울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민호는 “그런 역사적 순간,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고 관심이 없었던 이야기에 이렇게 큰 시장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 자체만해도 의미가 있다”며 “한국은 굉장히 히스토리가 많은 국가라 그런 시대를 이겨낸 분들에 감사하게 됐다”고 전했다.

 

젊은 선자를 연기한 배우 김민하는 “저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내가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자각했다”고 말했다. 극중 선자의 손윗동서 경희를 연기하는 배우 정은채는 “당시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상상할 수는 있어도 모두 헤아리긴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자의로, 타의로 한반도를 떠나 일본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가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2022년 공개된 시즌1은 호평받으며 제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최우수외국어시리즈상, 제32회 고섬 어워즈 최우수장편시리즈상 등을 수상했다. 

 

시즌2는 주인공 선자의 젊은 시절이자 2차 세계대전 종전이 임박한 1945년과 선자가 노년에 이르러 손자를 둔 1989년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김민하는 “시즌1보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아들과 관계도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모성애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며 “시즌2에서는 가족구성원과 관계 속에서 선자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고민했다”고 했다. 이민호는 “한수는 시즌1보다 진화된 인물로, 본인의 욕망과 더 많은 것들을 가지려 하는 인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시즌1에서 고한수와 선자는 한눈에 반해 아이를 갖지만, 고한수가 이미 결혼한 처지라 혼약을 거부하면서 그대로 관계가 끝나고 만다.

 

시즌2에서는 이들의 질긴 인연이 이어진다. 이민호는 “한수가 선자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랑 이상의 감정으로 다가갔으면 했다”며 “나와 같은 결의 강인한 인간인 선자에게 첫 눈에 반했다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랑이 아니라 ‘저 사람을 갖고 싶다, 소유하고 싶다’였고 그 감정이 계속 이어져왔다”며 “그 시대에는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 서툴렀고 굉장히 감정이 토막 나 있는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면에서 한수는 상대 입장에서 선자를 이해하기보다 내 감정이 우선되고, 그녀의 감정과 상관 없이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한다”며 “시즌2에서는 한수가 더 많은 걸 얻을수록 선자에 집착하는 인물로 상정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김민하는 “한수는 선자에게 세상을 처음 보여주는 백과사전 같은 사람”이라며 “첫 사랑을 떠나서 새로운 문을 열게 해준 사람이기에 사랑으로 정의하기에는 의미가 큰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시즌2에서 보여주는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 복잡하다”며 “(선자도) ‘이 감정은 뭘까. 내 삶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는데 매일 생각하고 있는 이게 뭘까’ 하는 중에 전쟁이 나고, 한수를 계속 밀어내려 해도 실질적으로 이 사람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8부작인 ‘파친코’ 시즌2는 23일을 시작으로 10월 11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 한 회씩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