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계자 “에어매트 10층용”… 전문가들 “국가 공인 높이는 5층” [부천 호텔 화재]

뒤집힌 에어매트 안전성 논란

22일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2명의 투숙객이 사망하면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어매트가 고층 높이에서 사용하기엔 위험성이 크다면서도, 급박한 상황에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용재 경민대 교수(소방안전관리과)는 23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인증한 에어매트 사용 높이 기준은 5층”이라며 “소방대가 현장에서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에어매트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탈출용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이 교수는 “위급한 상황에서 자세를 올바르게 잡고 에어매트 중앙에 제대로 착지를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요구조자가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소방대원들이 에어매트를 직접 잡아 고정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과)도 “에어매트가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긴 하지만 떨어지는 충격이 워낙 커 최후의 수단으로만 활용된다”며 “에어매트 사용 권장 높이는 15m로 그렇게 높지 않다. 8층 높이에서 에어매트 가운데로 뛰어내리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에어매트가 안전하게 설치됐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에어매트에 공기가 과다하게 주입되거나 경사진 바닥에 설치됐는지 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어매트에 공기를 넣어주는 송풍기가 매트를 잡아주는 역할도 하는데, 이 송풍기가 제대로 연결돼있었는지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도 “에어매트를 경사진 곳에 설치해 수평이 맞지 않아 위험을 키웠던 것 같다”며 “현장에서 요구조자의 낙하지점을 잘못 판단한 것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에어매트가 정상적으로 설치됐으나, 여성이 모서리 부분으로 추락하며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부천소방서 관계자는 이날 “어제 설치한 에어매트는 10층용으로 8층에서 뛰어내려도 문제가 없게 제작됐다”며 “여성이 떨어질 때 모서리 쪽으로 쏠리면서 에어매트가 뒤집혔는데 사실 흔하게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현장을 찾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에어매트 설치상 오류가 없었는지를 확인한 후 “에어매트를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당시 인원이 부족해서 에어매트를 잡아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