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이 숨지는 등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는 자체적인 살수 장치가 없었던 게 인명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인근으로 유사한 규모의 숙박시설들도 살펴본 결과, 스프링클러가 객실층 전체에 아예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코보스호텔은 2003년 3월 건축허가, 2004년 10월 사용승인을 받았다. 스프링클러가 관련법 개정으로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에 층마다 설치하도록 의무화된 탓에 의무적인 적용 대상이 아니다.
부천에는 특정 등급이 매겨진 관광호텔 5곳과 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협소한 숙박업소 176곳이 있는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관광호텔의 경우 2022년 7월 준공이 난 포스타호텔(객실수 63개)을 제외한 4곳은 2003∼2004년 부천시로부터 준공이 이뤄졌다.
전날 화마가 덮친 호텔은 명칭과 달리 등급이 없는 모텔이다. 소방당국은 화재 신고 시점으로부터 4분 만에 도착했지만 이보다 앞서 진화시키지 못해 현장을 벗어나지 못한 희생자들이 유독가스에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지역 내 상당수들이 2017년 이전 준공을 받은 것으로 전해져 불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 곳에 들어가 물어보니 “그런 것 없다”라는 답변이 바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일대의 관련 건물들은 대부분 20년이 넘은 게 많다”고 말했다.
코보스호텔 주위로 명칭에 호텔을 넣은 3곳이 있다. 여기서 2000년 12월과 2004년 10월 사용승인이 난 곳은 지하주차장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했을 뿐 지상의 건물 내부에는 전혀 없는 것으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측이 확인했다. 주차타워를 별도 공간으로 둔 다른 한 곳은 지상·지하 모두에 해당 설비는 전무했다.
전문가들은 관련법 개정 이전 건물에도 의무 설치 규정을 소급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공통적인 목소리를 낸다. 병원이나 노인시설 같은 피난약자가 있는 곳에 보통 소급해 적용, 건물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숙박업소 투숙자도 동일하게 피난약자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1843건으로, 32명이 숨지고 355명은 다쳤다. 연도별로는 2019년 365건, 2020년 344건, 2021년 375건, 2022년 382건, 2023년 377건으로 나타났다.
숙박시설 중에는 모텔에서 가장 많은 645건의 불이 났다. 이어 펜션 328건, 호텔 274건, 기타 230건, 여관 218건 순이었다. 사망자 역시 모텔에서 절반 가까운 15명이 발생했다. 발화 요인으로는 전기적 요인이 70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주의 654건, 미상 212건, 기계적 요인 105건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