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23일 고교 야구선수들의 ‘꿈의 무대’라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 우승한 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혐한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교토부 지사가 자제를 촉구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교토부의 니시와키 다카토시 지사는 정례 기자회견에서 “차별적인 투고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SNS 운영사에 민족 차별적인 내용 등이 포함된 4건에 대해선 이미 삭제 요청을 했다며 담당 부서가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교가도 한국어로 되어 있다. 이날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에서 우승한 뒤 흘러나온 한국어 교가는 일본 전역에 생중계됐다.
일본 우익은 교토국제고가 한국계 학교이며 교가가 한국어라는 점을 문제 삼으며 공격하고 있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결승전을 앞두고 출연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2021년 4강에 올라갔을 당시 혐한이 아주 심했다고 밝혔다.
백 교장은 “3년 전 4강 진출 땐 혐한 분위기가 심했지만, 이후 일본 사회에서도 ‘학생들의 스포츠인데 이걸 정치적으로 보거나 이념화시키면 안 된다’는 자정 분위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혐한 발언이) 없지는 않았다”며 “5건 정도 혐오 발언하는 전화가 있었지만 과거에 비해 양호해졌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재일동포들을 비롯해 국내에선 교토국제고 선수들을 향한 응원과 축하 메시지가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열악한 여건에서 이뤄낸 기적 같은 쾌거는 재일동포들에게 자긍심과 용기를 안겨줬다”고 승리를 축하했다.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중앙본부 김이중 단장은 “좁은 그라운드라는 어려운 환경에도 노력과 지혜로 극복해 모든 고교선수가 꿈꾸는 우승을 거머쥐었다”며 “재일동포들에게 용기와 힘을 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이날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영광스러운 무대”라며 “그런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건 정말 가문의 영광일 것”이라고 감탄했다.
두산 베어스의 고토 고지 작전코치 또한 “교토국제고는 정말 큰 일을 해냈다”며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