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살인예비는 불기소…그는 왜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나 [뉴스+]

무기징역 정유정, 범행대상 물색 혐의는 불기소
가정불화에서 시작된 ‘비정상적 성격 형성’ ‘사회 규범체계 내재화 실패’

부산 또래 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정유정이 살인예비 혐의 재판은 피하게 됐다. 그는 살인 이전 두 차례나 다른 범행대상을 유인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검 형사3부는 정유정의 살인예비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지난해 5월 정유정이 살인 범죄를 저지르기 전 20대 여성과 10대 남성을 살해하려고 유인하는 등 추가 범행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송치했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 연합뉴스

정유정은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알게 된 A(20대·여)씨를 부산 북구의 한 산책로로 유인해 살인하려다가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등의 이유로 살인예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같은 중고 거래 앱 채팅을 통해 B(10대)군을 유인하려고 했지만, 부자연스러운 채팅 내용에 의심을 한 B군이 약속 장소로 나오지 않아 예비에 그친 혐의도 받았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이 정유정과 채팅 과정에서 만남을 거부했거나 단순히 만난 것에 불과해 특별한 정황이 없었다고 밝혔다.

 

정유정은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서 무기징역 선고와 함께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받았다. 1심과 2심에서 각각 항고했지만 결국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형이 됐다.

 

그는 지난해 5월26일 과외 앱을 통해 알게 된 20대 A씨 집에 들어간 뒤 가져온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10분간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A씨가 실종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흉기로 시신을 훼손하고, 시신 일부를 경남 양산시에 있는 공원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정유정의 범행 결의 배경에 가정불화가 있다고 짚었다. 판결문을 보면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재수까지 했지만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고 공무원 시험에도 낙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재혼한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원망, 할아버지와 새 할머니에 대한 불만이 강해졌고, 급기야 “가족에게 복수하는 방법” “존속살인” “사람 조지는 법” 등을 검색했다. 실제 지난해 1월에는 할아버지 혼자 있는 집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정유정이 캐리어를 끌고 자신의 집을 나서는 장면. 부산경찰청 제공

정유정이 차츰 가족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죽여서라도 분풀이하는 상상을 했다. 그는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라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사건 당일 저녁 정유정은 아버지에게 전화해 2시간 넘게 통화하며 가족들에게 서운하고 원망스러웠던 일을 토로하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자 결국 범행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실행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재판부에 많은 반성문을 제출했다”면서도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체포된 이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보인 모습은 마치 미리 대비해 둔 것처럼 너무나도 작위적이고 전략적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범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는 것이지만, 피고인의 성장환경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를 정도로 피고인에게 비정상적인 성격을 형성하게 하고, 피고인이 사회 규범체계를 내재화하지 못한 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에서, 형사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비춰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피고인 개인에게만 물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