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후대응댐 건설이 물 그릇 부족에 따른 목마른 충남의 갈증을 해소하는 길이 될 수 있을까. 용수공급에 초점을 맞춘 다목적용 댐이나 중·대형 저수지 건설을 희망하고 있는 충남도가 ‘지천댐 건설’을 위한 3전 4기 도전에 나선다. 충남 청양군 청양군 장평면에서 부여군 은산면 지천 수계에 건설하는 지천댐은 주민들이 반대로 지금까지 세차례 시도가 모두 실패했지만 이번은 주민들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가까운 곳에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물을 확보하고, 고령화에 따른 시골마을 노인고독 문제 해결·소득증대·주거환경 개선 욕구로 댐 건설은 지역발전의 기회요소가 될 것이란 ‘댐 경제’ 기대가 적지 않다. 주변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지만 변화의 기류가 있다.
◇40년만의 대가뭄 먹는 물 없어 제한급수 사태
충남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가뭄이 반복됐다. 이전에는 농사철 가뭄으로 저수지 물이 바닥나 논농사에 애를 먹은 적은 있었지만 가을부터 봄까지 가뭄이 이어진 것은 2015년이 처음이었다. 충남서부지역 상수원인 보령댐이 바닥이 드러나 거북등처럼 갈라지는 가뭄으로 저수율이 15∼20%까지 떨어졌다. 40년만의 대가뭄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충남지역 가뭄이 계속되자 보령댐 광역상수도를 사용하는 충남서부지역 8개 시·군에 대해 용수 20%를 줄이는 제한급수를 시작했다. 주민들은 용수 감량으로 수압이 낮아져 물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많은 불편을 겪었다. 이때의 불편은 132일동안이나 지속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부여군 규암면 백제교 인근에서 외산면 반교천 상류까지 21㎞를 연결하는 금강∼보령댐 도수로 설치 공사를 통해 보령댐으로 흘려 보내는 길을 열었다. 보령댐 저수율 향상과 가뭄 해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가뭄극복 대책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녹조오염 등으로 맑은물 공급을 위한 깨끗한 원수확보 대책으로는 미흡함이 많다.
◇해마다 집중호우 물그릇 없어 홍수피해 반복
충남은 2022년부터는 3년째 여름마다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 재앙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지천댐 건설예정지와 인접한 부여·청양·논산 등의 피해가 크다. 2022년과 2023년 집중호우에 따른 지천 제방 유실과 붕괴 등으로 청양·부여 지역에 1184억원의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지천이 범람해 심각한 농경지 피해가 발생하고 청양군 정산면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을 덮쳐 60대 거주자가 매몰돼 숨졌다. 청양군 목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고립돼 있던 2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청양 정산면에는 568.5mm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하천교량이 붕괴되고 시설하우스가 물에 잠기면서 심각한 농작물 피해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충남은 올해도 집중호우 피해를 빗겨가지 못했다. 정부는 피해가 심각한 부여·논산·서천·금산 등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해 피해복구를 진행고 있다.
◇정부 기후위기 대응 위해 댐 14개 신설 추진
가뭄과 홍수는 한반도 곳곳에서 갈수록 빈발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집중호우에 대응하고 가뭄철 물 확보를 위해 ‘기후대응댐’ 14개 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브리핑을 열고 기후대응댐 건설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김 장관은 “최근 극한 호우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지난해에는 남부지방에서 기상관측 이래 가장 긴 227일간의 가뭄이 발생했다”며 “극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기후대응댐이 필요한 14곳을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에 추진하는 댐에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목적별로 분류하면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댐 7곳, 용수전용댐 4곳이다. 권역별로는 한강 권역 4곳, 낙동강 권역 6곳, 금강 권역 1곳, 영산강·섬진강 권역 3곳이다.
담수량 5900만톤 규모의 청양 지천댐은 한강권역 수입천댐(1억톤)과 아미천댐(4500만톤)과 함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홍수조절 기능을 갖춘 다목적 댐으로 건설된다. 지천은 상습적 가뭄과 수가 발생하는 곳으로 올 장마철에도 홍수가 발생했다. 지천댐이 건설되면 충남 서부 지역의 고질적 가뭄을 해소할 수 있고, 하루 38만명에게 먹는 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지천댐이 건설되면 충남 서부 지역의 고질적 가뭄을 해소할 수 있고, 하루 38만명에게 먹는 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환경부 추진 지천댐은
충남 청양 장평면과 부여 은산면으로 이어지는 지천 하류에 지어질 지천댐은 저수용량 5900㎥ 규모다. 담수량는 4700만톤 규모의 예당저수지나 3500만톤 규모의 탑정저수지보다 조금 큰 규모이지만 저수면적은 오히려 작은 계곡형 인공 저수지다. 대청댐이나 보령댐보다 훨씬 맑은 상수도 원수를 하루 11만톤씩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환경부는 지천댐 주변 지역에 기반 시설을 조성하고 관광 명소를 조성해 수몰지 이주주민들의 소득창출과 함께 지역경제도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도로·상하수도 등 공공기반시설과 농지 개량·공용 창고 등 생산 기반 시설 확대을 확대해 지역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높인다. 충남도 평균 하수도 보급률(83.4%)에 크게 못 미치는 청양지역 하수도 보급률을 55.9%까지 끌어 올려 지역에 흐르는 하천의 수질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지천댐 건설로 수몰되는 건물은 320동 정도로 예상된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댐 사업 추진시 지자체·지역주민들과 논의해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공시설, 생산기반시설, 복지문화시설 등에 대한 지원도 늘릴 방침이다. 지금까지 댐 건설단계에서 규모에 따라 300억∼400억원 규모의 지원이 이뤄진 것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환경부는 댐 건설과 부대사업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된 다목적 댐 사례로 부항댐 사례를 들고 있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2013년 준공된 김천부항댐의 경우 출렁다리, 짚와이어, 오토캠핑장, 생태휴양 펜션 조성 등이 조성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이곳 출렁다리는 연간 23만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충남도 입장은
충남도는 환경부의 지천댐 건설계획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형식 정무부지사는 이와관련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양 지천이 댐 후보지에 포함된 것에 깊은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댐 건설은 우리 지역의 물 자원 관리 및 안정적인 물 공급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도는 청양 지천은 1991년, 1999년, 2012년 3차례에 걸쳐 댐 건설을 추진하려 했으나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등 상류지역 규제 등으로 무산된 바 있으며 지속적으로 물 부족 문제와 홍수 피해에 직면해 왔다고 찬성배경을 밝혔다. 홍수 및 극한 가뭄과 장래 신규 물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현재 물그릇이 너무 부족해 근원적인 대책은 댐 건설이다는 설명이다.
충남의 용수공급 주요 원천은 대청댐과 보령댐이다. 하지만 이미 95%정도를 사용하고 있으며 극한 가뭄 발생 시 정상적인 용수 공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충남도 용수 공급과 수요분석 결과, 2031년부터 용수 수요량이 공급량을 초과하고 2035년이면 하루 약 18만㎥의 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따.
전 부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상황에서 댐 건설은 우리 지역의 물 자원 관리 및 안정적인 물 공급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이번 댐 건설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도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도 지천댐 지원책은
충남도는 지천댐 건설 찬성입장과 함께 이주민 지원과 주변지역 정비 계획 및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편입지 이주민에 대해서는 댐 건설 공사 착공 전 토지와 주택 등에 대한 적정 보상금을 산정해 지급하고 이주 정착금과 생활 안정 지원금을 추가로 지원한다. 이주 정착금은 세대당 2000만원이다. 생활 안정 지원금은 세대 구성원 1인당 250만원씩 세대당 1000만원 범위에서 지급한다. 세입자나 무허가 건물주는 댐 건설 기본계획 고시일 3년 전부터 해당 지역에 거주한 경우 이주 정착 지원금과 생활 안정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영농 교육 △직업 훈련 및 취업 알선 △수변 및 토지 이용 낚시터 운영 지원 △간이매점 운영 지원 등 생계 지원사업도 편다.
댐 주변 지역 정비 사업으로는 △도로, 상하수도 등 공공기반시설 △농지 개량, 공용 창고 등 생산기반시설 △공원, 문화센터, 보건진료소, 노인회관 등 복지문화시설 조성 등을 추진한다. 이들 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300억∼5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댐 주변 지역 주민지원 사업으로는 △둘레길, 캠핑장 등 여가·레저시설 지원 △의료보험료, 통신비, 난방비, 전기료 지원 등을 실시한다. 투입 사업비는 매년 7억원가량으로, 발전 및 용수 판매 수입금 일부를 활용한다.
특히 충남도는 지금까지 댐 건설 반대 사유가 상류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과 관련이 컸다고 보고 상류지역에 대한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을 하지 않기로했다. 대신 상류지역 주민들의 생활시설과 농축산시설에 대한 자체정화시설 확충과 하수 차집관로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댐 건설 이후 적용되는 추가규제는 전혀 없을 것이다는게 충남도 방침이다.
이주민들이 농촌마을에 거주하는 고령자임을 감안해 이주마을 조성을 희망할 경우 새로운 전원마을 조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주민들은 이곳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농지은행과 연계한 농지임대을 통해 텃밭 등을 일구면서, 댐 상류에 추진하는 카페나 음식점 등의 공동 운영도 지원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근거가 부족한 맹목적인 반대나 정치적 선동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찬·반 엇갈리고 있는 주민 반응
지천댐 건설계획에 대해 청양지역 주민들의 반응을 찬성과 반대로 엇갈리고 있다. 그간 세 번의 댐 건설 추진때와 달라진 점은 찬성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수몰지역과 상류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 중심의 청양지천댐추진위원회는 22일 도청을 찾아와 기자회견을 열고 “지천댐 건설을 젊은 세대에게 더 나은 청양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지천댐은 지역사회의 안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기반"이라며 "지천댐 건설로 인한 생활 환경 개선을 기대한다"고 찬성했다.
지천댐을 반대하는 청양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 이어 최근 청양군청사 안팎에서 농성과 집회를 이어가며 건설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댐을 만든다고 홍수 피해를 없앨 수 없고 오히려 댐으로 인한 안개와 일조량 감소 등으로 소득이 낮아질 것"이라며 "정부의 댐 건설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대책위은 “타지역 식수와 공업용수 공급을 위한 지천댐 계획을 폐기해야 한다“며 “댐 건설은 청양군의 지역소멸을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