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집값 상승세와 더불어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열기가 과열되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허들을 대폭 낮춘 현행 무순위 청약 제도로 인해 ‘일단 넣고 보자’식 청약이 남발하는 데다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청약시장 분위기가 바뀐 상황에서 현행 ‘줍줍’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맞는지 문제 의식을 갖고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무순위 청약은 입주자모집 공고 이후 발생한 잔여 물량에 대해 다시 청약을 받는 제도다. 1·2차 청약에서 모집 인원을 다 채우지 못한 미분양 물량을 추가로 모집하기도 하지만, 최근 ‘로또 청약’으로 불린 단지들은 청약 자격 미달로 기존 계약이 취소되거나 청약 당첨자가 스스로 계약을 포기한 사례 등이 대부분이다.
특별공급 잔여 물량이 아닌 일반 무순위 청약은 해당 지역에 거주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청약 통장이 없는 유주택자들도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허들이 거의 없다.
게다가 수년 전의 최초 청약 당시 분양가로 입주자를 모집하기 때문에 현재 시세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달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 접수기간에는 전용면적 84㎡ 1가구 모집에 무려 294만4780명의 신청자가 몰리며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2017년 첫 분양 당시 가격으로 공급되는 만큼 10억원가량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면서 사상 최고 경쟁률 기록을 세운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주택시장이 정상화됐다면 과거처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에게 청약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며 “지금의 민영주택 무순위 청약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게 되면 시장을 자극할뿐더러 수요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서울 강남권 등 고분양가 아파트의 경우에는 무순위 청약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무순위 청약은 단지가 이미 완공됐거나 완공을 앞둔 시점에 수분양자를 모집하는 경우도 많다. 집단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고 당첨자 발표 이후 1∼2개월 안에 잔금 전부를 납부해야 하는 단지도 흔히 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관계자는 “일반적인 30·40대는 ‘로또 청약’에 당첨이 돼도 기회를 날리기 십상이고, 사실상 수억원씩 현금을 들고 있는 금수저에 유리한 제도”라며 “모든 무순위 청약에 적용할 수 없겠지만, 비정상적인 가격의 물량은 정부나 지자체가 사들인 뒤 해당 주택이나 시세차익을 주거복지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