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우아한 스타일 벗어나… 나만의 연주·소리 찾고 싶다”

9월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과 협연

파가니니·시벨리우스 콩쿠르
韓 최초 우승… ‘인모니니’ 애칭
예전엔 ‘롤 모델처럼 연주’ 목표
지금은 나만의 음악 세계 몰두
성장 위해 악장·지휘자 활동도

고전·현대음악 스펙트럼 확장
이번 실내악단과 협연무대선
바흐 협주곡·비발디 사계 연주
“한곡 연주 위해 그 세계 속으로
욕심 부리지 않고 연주 활동”
“그동안 우아하게 연주하는 거에 약간 도취한 것 같아서 지난해부터 그러지 않으려 고민하다 깨달았어요. 진짜 중요한 건 내가 할 수 있는 연주와 소리를 찾는 것이라고.”


어떤 시선과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자신만의 음악적 집을 차근차근 지어가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9) 얘기다. 고음악 앙상블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과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지난 19일 세계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한 양인모는 “진짜 나의 연주를 찾는 게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 달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구성된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과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한때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롤 모델(본보기)인 이자벨 파우스트(52)와 기돈 크레머(77)처럼 연주하는 게 목표였지만 지금은 아니라면서.

고전부터 현대 음악까지 시대적 한계를 두지 않고 깊이 탐구하며 연주 레퍼토리 확장에 힘써 온 그가 최근 지휘자 없는 현악 앙상블(실내악단)과 잇따라 손잡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인모는 지난해부터 파리 체임버오케스트라 등과 공연하면서 악장을 맡아 이끄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석사과정 스승인 안티에 바이타스의 권유로 시작했단다. “앙상블 리드를 많이 하시는 선생님이 지난해 파리 체임버오케스트라와 공연할 때 하이든 심포니 하나를 맡겨 제가 악장으로 리드를 했어요. 그때 연주자들과의 소통 방법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악보 공부를 얼마나 잘해야 하는지 등 많은 것을 배웠어요. 지휘자 위치에서 처음 리허설할 때는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로 힘들었고 좌절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음악적 결정을 내리고 다양한 해석을 실험해보는 등 자유로워진 느낌이 좋았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양인모는 악장 겸 지휘자 역할을 제대로 훈련하면 음악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올해도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 등과 무대를 꾸미게 됐다고 했다. 다음달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은 세계 정상급 악단 베를린 필하모닉의 중심 단원들로 이뤄졌다. 명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가 베를린 필을 이끌던 1995년, 악장으로 활동한 라이너 쿠스마울(1946~2017)이 창단을 주도했다. 주로 17~18세기 바로크와 초기 고전주의 음악을 다루며, 현대 악기로 당대 연주법을 활용한 절충주의적 연주를 한다. 이번 내한공연에선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와 두 아들, 비발디 작품을 들려준다.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E장조’과 ‘음악의 헌정’, 프리드리히 바흐의 ‘신포니아 d단조’, 에마누엘 바흐의 ‘현악기를 위한 신포니아 F장조’,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다. 양인모는 이 중 바흐와 비발디 협주곡을 협연한다. 두 곡 모두 그가 국내에서 처음 연주하는 작품이다. 그동안 자주 연주한 바흐 무반주 파르티타와 소나타보다 바흐 협주곡을 더 좋아한단다. “2번 협주곡은 감정적으로 큰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1·3악장은 삶의 기쁨을 누리듯 활기차고,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2악장은 아름다움을 넘어 숭고할 정도로 대비가 돼요.” 그는 비발디 ‘사계’에 대해선 “형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했던 비발디의 열망이 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에 대해선 “일단 연주실력이 뛰어나고, ‘이런 식으로 연주해야 돼’가 아니라 ‘이렇게 연주할 수도 있다’며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했다.

 

양인모는 세계적 권위의 바이올린 경연 대회인 파가니니 콩쿠르(2015년)와 시벨리우스 콩쿠르(2022년) 한국인 최초 우승자다. 그만큼 연주력이 뛰어나 ‘인모니니’, ‘인모리우스’로 불리며 국내외 주요 오케스트라와 공연장에서 자주 찾는다. 내년에 잡힌 바이올린 협주곡만 15곡이나 된다.

하지만 그는 욕심부리지 않고 딱 할 만큼만 한다고 했다.

고음악 앙상블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 단원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어떤 곡을 연주하든 (제대로 하려면) 확실히 그 곡의 세계와 우주에 들어가야 하는데 연주할 곡이 너무 많을 경우 (곡 해석과 연주) 깊이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음악가로서의 경력을 얼마나 연주 일정이 바쁜지로 포장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작용했다.

연주 활동을 하면서도 자기가 원하는 무대를 기획해보고 배우고 싶은 곡은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확신하는 연주를 하기 위해선 되게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며 “누가 뭐라 하고, 어떤 평가를 내리든 ‘나는 이 소리가 좋아서 이렇게 연주할 거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단계로 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