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화재로 정전 등 주요 건물이 전소된 일본 오키나와 슈리성은 지금 복원작업이 한창이다. 작업의 편리를 위해, 또 현장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운 가건물로 들어가면 자재, 작업 도구 등과 작업의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주재료인 나무는 어디서 가져왔고, 그것을 엮어 골격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한다. 아무래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이제 어느 정도 골격은 갖춘 것으로 보이는 슈리성 모습이다. 오키나와와 그 일대 섬을 아우른 류큐왕국의 상징인 슈리성의 지금 장식이나 칠을 하지 않아 벌거숭이 같다는 느낌도 들어 온전하진 않다. 하지만 새로 태어나는 중인 슈리성은 완성된 것과는 다른 매력을 갖고 있고, 복원작업이 2년 후 마무리될 예정이란 점에서 ‘기간 한정’의 관람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특별하다.
문화재는 박물관이나 잘 정비된 유적지에서 주로 만나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금의 모습 그대로일 거란 기대를 흔히 한다. 물론 그렇게 되도록 많은 노력, 정성을 기울이지만 문화재 역시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그것은 대체로 서서히 진행되지만 슈리성처럼 급작스러운 마지막을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 15세기 궁궐의 모습을 처음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슈리성은 2019년 화재 이전 네 번이나 전체가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때마다 복원이 이뤄진 결과가 현대인들이 아는 슈리성이다.
생로병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올해 1월 발생한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노토반도 일대의 문화재들도 생존의 큰 위기에 마주한 경우다. 이시카와현 스즈시에서는 지진으로 나무들이 뽑히면서 경사면에 노출된 고훈시대(3∼7세기) 고분이 많아졌다. 그대로 두었다간 부장품이 훼손되고, 호우 등에 의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이시카와현에 따르면 국가 지정 14건, 현 지정 11건, 시정(市町) 지정 35건 문화재 피해가 보고됐다. 이에 따라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문화재 구조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에도시대(1603∼1868년) 노토반도 지역에서 약상, 포목상 등을 운영한 유력자의 옛집에서 고문서 등을 다수 확보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인력, 재원 등의 부족으로 정부의 보다 전면적인 관심,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