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金여사 명품백 의혹 수사심의위 판단도 전에 시비 거는 與野

이원석 검찰총장이 엊그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에 회부했다. 서울중앙지검이 무혐의 결론을 내린 사안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 판단을 받아보기로 한 것이다. 진상 규명에 최대한 힘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위원회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정치권에선 이 총장을 나무라거나 심의위 무용론을 펴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여야 모두 일단 심의위의 엄정한 판단 결과를 차분히 지켜볼 일이다.

이 총장은 자신의 결정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소모적 논란이 지속되는 이 사건에서 심의위 절차를 거쳐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검찰 결정은 그 자체로 공정해야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본 외형적 공정성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올바른 판단이라 하겠다. 심의위 제도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히 추진한 검찰 개혁의 산물인 셈이다. 곧 소집될 심의위가 김 여사 관련 의혹을 국민 눈높이에서 꼼꼼히 살펴 공정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검찰은 심의위 의견을 최종 수사 결과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심의위에 철저한 검증을 주문하기는커녕 저마다 정략만 앞세우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여권 일각에선 “이 총장이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날 선 반응이 나왔다. 이 총장이 무혐의 결론에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란 주장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게 묻고 싶다. 민주당은 그제 심의위 회부를 “검찰의 ‘면죄부’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요식 절차”라고 깎아내리며 “특검 열차는 이미 출발했다”고 선언했다. 심의위 결론과 무관하게 김 여사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절 도입된 심의위 제도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자가당착 아닌가.

2022년 벌어진 이태원 참사의 발생 원인을 수사한 검찰은 김광호 당시 서울경찰청장에게 책임이 없다고 여겨 불기소 방침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심의위에서 기소 의견을 내자 검찰이 이를 받아들였고, 김 전 청장은 현재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이 심의위 가치를 폄훼하고 그 활동에 시비를 걸수록 이 사건 실체 규명은 더욱 어려워지고 국민적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