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미안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25일 오전 11시55분 경기 부천성모병원 장례식장. 22일 부천 호텔 화재현장에서 숨진 김모(28·여)씨의 시신이 장의차에 실리는 동안 유족들의 울음소리는 끊길 줄 몰랐다. 고인의 아버지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목놓아 울었다. 자매를 잃은 김씨의 여동생은 영정사진을 양손으로 가슴에 받쳐든 채 흐느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김씨의 어머니는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선 한참을 오열했다.
김씨의 친지와 그가 생전 출석하던 성당 신도 등 20여명은 발인을 지켜보며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발인이 시작되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김씨의 주검을 실은 장의차가 장례식장을 떠나 장지로 향하자 다시 비가 그쳤다.
사고 현장 주변은 참사 나흘째인 이날까지도 무거운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호텔 입구에 둘러쳐진 노란 폴리스 라인 너머로는 8개의 하얀 추모 꽃다발이 놓였다. 지나가는 시민들의 시선은 불이 난 건물 7층의 뚫린 유리창으로 향했다.
안타까운 눈빛으로 한동안 호텔을 바라보던 지역 주민 정모(23)씨는 “집 근처에서 큰 화재가 나 더욱 마음이 아프다”며 “피해자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여기서 10년 가까이 장사했지만 이렇게 많은 인명 피해가 난 건 처음이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