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가 이래도 되나?…사고 신고한단 말에 냅다 줄행랑 친 시의원

자전거로 70대 보행자 쳐
피해자 구호 조치도 안해
법원, 벌금 500만원 선고
시의원 신분엔 영향 없어

전기자전거로 보행자를 치어 다치게 한 시의원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사고가 나자 ‘병원 치료’ 등을 제안했지만, 피해자가 “신고 먼저 해야 한다”는 말에 놀라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형사1단독 최혜승 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정읍시의회 김모(55) 의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사진=뉴스1

선출직 공직자는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직을 잃으므로, 이번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그의 신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김 의원은 지난해 8월 19일 오후 7시58분쯤 전기자전거를 타고 보행자·자전거 겸용 도로를 달리다 보행자(70대)를 치어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사고 직후 보행자의 팔 부위에 출혈이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전거 보험을 들었으니, 병원에 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보행자가 “일단 119와 경찰에 신고 먼저 하겠다”고 말하자, 태도를 돌변해 자전거를 버리고 다급히 현장을 이탈했다.

 

김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사고 직후 명함을 건네 신원을 확인시켜줬고 병원 치료도 적극 권유했다”며 “피해자 상처도 크지 않아 구호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도주의 고의성이 없었음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자전거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자 이를 버리고 도주했다”며 “게다가 구급대원이나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현장을 이탈한 상황을 종합하면 도주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