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로 입건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와 그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 등 4명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8일 결정된다. 박 대표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는데, 2022년 이 법 시행 이후 해당 혐의로 영장이 발부된 적이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손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달 28일 오전 10시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 인력 공급업체인 한신다이아 경영자, 아리셀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등 4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를 연다.
이들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가 적용됐다.
박 대표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노동당국이 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례는 있지만 영장이 발부된 적은 아직 없어, 박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법 시행 후 첫 사례가 된다.
이달 23일 경찰은 박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범죄 혐의와 구속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지난 6월24일 오전 10시30분쯤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수사 결과 아리셀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비숙련 근로자를 제조 공정에 불법으로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 전지가 폭발 및 화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상구 문이 피난 방향과 반대로 열리도록 설치되는가 하면 항상 열릴 수 있어야 하는 문에 보안장치가 있는 등 대피경로 확보에도 총체적 부실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자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 때마다 진행돼야 할 사고 대처요령에 관한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당국은 희생자 23명이 출입문을 불과 20여m를 남겨둔 지점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보고 있다.
유가족으로 이뤄진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이날부터 28일까지 수원지법 앞에서 박 대표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참사의 진상이 더욱 명명백백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법원이 정의롭게 판결해야 한다”며 “어떤 판결이 나와도 만족할 수 없지만 희생자 가족에게 쌓인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