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연 “‘대∼한민국’ 응원구호 외치는 외국인들에 가슴 벅차” [차 한잔 나누며]

파리서 韓문화 알린 박수연 메종 수리 대표
올림픽 코리아하우스 흥행 숨은 주역
행사 진행·전시 소개 등 1인 5역 소화
‘한국의 밤’ 행사에 한복 매력 보여줘
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로 선정
“우리 문화예술 해외에 더 알릴 것”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우리 선수들을 함께 응원할 때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해외에서 지내다 보면 6개월, 1년마다 한국의 위상이 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파리올림픽 기간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운영된 ‘코리아하우스’의 파리 디렉터로 활약한 박수연(30·Su Park) 메종 수리(Maison Suri) 대표는 25일 “코리아하우스를 역대 최대 규모로 운영해 걱정들이 많았는데, 운영요원들이 당황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리고 반응이 뜨거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파리올림픽 당시 코리아하우스의 주요 공식 행사 진행 등 1인 5역 이상을 소화한 예술기획 컨설팅 에이전트 ‘메종 수리’의 박수연 대표. 다리아 세닌 제공

박 대표는 코리아하우스의 개관식과 ‘한국의 날’ 등 공식 행사의 진행뿐 아니라 세르미앙 응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과 프랑스 주요 관공서 대표 등 해외 스포츠, 문화예술 귀빈들을 전담해 한국 예술문화 전시 및 체험을 안내했다. 코리아하우스 개관 전 현지 코디네이터 자문부터 각종 공연과 해외 귀빈 초청 명단 조율, 주요 경기의 응원단장까지 1인 5역 이상을 소화한 코리아하우스 흥행의 숨은 공신이다. 그는 28일 개막하는 파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도 파리 디렉터를 맡았다.

 

유명 아나운서가 아닌 그가 주요 행사 진행을 맡아 코리아하우스의 얼굴이 된 것은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데다 한국과 미국, 프랑스에서 큐레이터 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외교적 감각과 대형 예술문화 기획 경험, 글로벌 주류 문화예술계 인맥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단순히 행사의 진행자가 아니라 우리 문화를 알리는 민간 외교사절단이라고 생각하고 의상 하나하나까지 의미를 부여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수연 메종 수리 대표는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의 ‘한국의 밤’ 행사에 영국에서 직접 공수한 ‘미스 소희’의 한복을 입어 한복의 미를 알렸다. 코렌틴 보닌 촬영

그는 코리아하우스 개관식에는 프랑스 디자이너의 의상을, ‘한국의 밤’ 행사에는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특히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디자이너 박소희의 ‘미스 소희’ 한복을 직접 공수해왔다. 하지만 저고리 없이 치마만으로 이브닝드레스처럼 디자인한 한복은 그에게도 도전이었다. 박 대표는 “보통 큰 규모의 행사는 보수적인 편이지만, 외국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해외에서 어떤 것이 각광받는지 알아서 과감하게 선택했다“면서 “다행히 외국 귀빈들이 ‘정말 아름답다’며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의 본업은 큐레이터 겸 크리에이터이다. 기자가 되고 싶어 미국 조지워싱턴대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다가 배낭여행을 간 오스트리아 미술관에서 그림에 빠져 미술사로 전공을 바꿨다고 한다. 이후 방송국에서 문화교양 프로그램과 평창동계올림픽 등 각종 국제행사, 문화예술 전시회, 해외에서 한국문화원 주최 행사 등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특히 ‘프리즈 서울 2022’에서 한국 예술가 35명의 작품을 조명한 몰입형 전시회 ‘MIND.FULL.NESS’(마음챙김)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미국 포브스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Forbes 30 under 30 Asia)’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가을학기부터는 고려대 국제미술전문가 최고위과정 강의도 시작한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이 많고 스스로 혹사시키는 성향이다 보니 4월에 몸이 많이 아파 인생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보상이라도 해주듯 포브스에서 좋은 소식을 보내왔고,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던 부모님께서도 자랑스러워하셨다”고 웃었다.

 

박 대표는 인터뷰 내내 달라진 한국의 위상에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프랑스에서 한때 한국 문화가 B급 문화 취급을 받았는데 지금은 문화계 주류에서 한국 문화에 큰 관심과 호기심을 보인다”면서 “이제 20세기 자포니즘(Japonism·유럽에 나타난 일본 미술의 영향)에 견줄 K컬처의 레거시를 남기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도 앞으로 좀 더 본격적으로 우리 문화예술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