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불 온도따라 도자기 색 변화… 세월에 순응한 우리 민족과 닮아”

3대째 맥 잇는 서찬기 전승교육사

충북 단양군서 ‘방곡도요’ 운영
느릅나무 재·소나무 장작 활용
1000도 가마서 전통방식 고집
“우리 고유 문화 세계 알리고파”

“외롭고 힘들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전통을 잇겠습니다.”

충북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 황정산 아래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방곡도요’ 운영자인 서찬기(52·사진) 전승교육사는 24일 “우리 땅의 재료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깊은 색감의 전통 도자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할아버지는 생황 옹기를 굽고 아버지는 ‘녹자’를 만들었다. 녹자는 부친인 고 서동규 명장이 느릅나무를 태워 만든 유약으로 만든 발명특허 도자기다. 서 명장은 2000년 대한민국 도예 명장(제28호)으로 선정되고 2002년 충북도 무형문화재(제10호)로 지정됐다.



서 전승교육사는 “무형문화재 전승교육사 자격을 취득하고 아버지의 뜻을 잇고 있다”며 “느릅나무 재를 이용한 천연 유약과 화력 좋은 소나무 장작으로 가마에 불을 지피면 특유의 푸르스름한 녹자 빛이 난다”고 강조했다.

방곡도요는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펴 가마 온도 1000도 이상에서 14시간 이상의 시간을 지켜내며 도자기를 완성하는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 그는 “장작불 온도에 도자기 색이 변하듯 같은 가마에서 나온 도자기라도 특성이 모두 다르다”며 “자연의 변화에 순응한 우리 민족의 삶과 도자기가 닮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방곡리는 질 좋은 마사토로 조선시대부터 민간 그릇을 제작해 오다 광복 이후 생활 옹기를 만들며 맥을 이었다. 이에 단양군은 1994년 현대적인 도예촌을 조성했다.

서 전승교육사는 유년 시절 놀이터였던 가마를 떠났다가 서른 즈음에 도예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현재 일상 생활에서의 예술을 강조하며 차를 마실 때 쓰는 다완을 비롯해 생활자기를 주로 제작한다.

2018년에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초청전시회도 열었다. ‘흙과 불 그리고 혼’이라는 주제로 찻사발과 접시 등 150여점을 비롯해 물레 시연, 차 시음 등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서 전승교육사는 “국내 전시는 물론 예술의 나라 프랑스 등 유럽에서 전시회를 여는 꿈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고유의 전통을 잇는 이들에게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