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시가 어디예요' 그 후…문해력 책 찾는 사람 늘었다

최근 문해력 저하 문제가 사회적으로 떠오르면서, 문해력과 어휘력을 강조하는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26일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최근 4년 사이 '문해력' '어휘력'을 키워드로 하는 책 출간은 4배가량 급증했다.

 

2020년 관련 도서는 36종 출간됐는데, 지난해 149종으로 늘었다. 올해는 1~7월에만 146종이 출간돼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는 200권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판매량 역시 늘어나고 있다. 전년 대비 판매 증가 폭은 2021년 26.6%에서 2022년 11.6%, 2023년 26.7%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는 1~7월에만 판매량이 80.6% 급증했다. '문해력'을 키워드로 한 도서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건 최근 문해력 논란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온라인상에선 '심심한 사과'를 '무성의한 사과'로 오인하거나 '금일'을 '금요일'로, '모집인원 0명'을 '한 명도 뽑지 않음'으로 착각하는 사례 알려지면서 문해력 논란이 일었다.

 

이 밖에 가정통신문에 쓰인 '중식 제공'에 대해 '왜 중국 음식을 제공하느냐'고 항의하는가 하면, '우천 시엔 장소를 변경하겠다'는 말을 '우천시라는 지역으로 장소를 바꾸는 거냐'고 묻는 사례가 잇따라 등장하자 문해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문해력 저하를 독자가 체감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도서들이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필사책 출간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필사는 문해력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필사가 글쓰기나 문장력에 도움이 되는 건 물론,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용어나 복잡한 구조를 가진 글을 따라 쓰면서 의미를 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해력 향상을 위한 필사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 3월 출간된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6개월째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라와 있다.

 

이 책은 작가가 명문을 발췌해 독자들이 필사할 수 있도록 엮은 것인데, 예스24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 8월 첫째, 둘째 주 모두 종합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특히 필사책은 20~5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도서의 구매자 연령대를 살펴보면 지난 3월19일~7월31일 기준 20대 10.6%, 30대 23.7%, 40대 38.6%, 50대 22.4%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다.

 

또 필사책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다양한 필사 모임 또한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작가가 개설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현재 5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해 필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미료의 독서노트'를 운영하며 필사 모임을 이끄는 조미정 작가는 "복잡하고 헷갈리는 소설이라도 잘 정리하며 읽으면 완독이 쉬워진다"며 "함께하면 꾸준히 필사를 이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