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점검서 6년간 36건 ‘불량’……경찰, 부천 호텔 화재 점검업체 등 압수수색

5일 만에 호텔·업주 주거지·업체 등 강제수사
호텔 매니저 추가 입건, 24명 참고인 조사
소방 시설관리업체, 6년간 36건 ‘불량’ 지적
4개월 전 점검서도 유도등 등 6곳 ‘불량’

7명이 사망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화재 발생 닷새 만에 호텔과 업주의 주거지, 소방점검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불이 난 호텔은 자체 소방 시설 점검서 6년간 36건의 ‘불량’을 지적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호텔 화재 수사본부는 27일 수사관 19명을 투입해 불이 난 호텔과 업주 및 매니저 A씨의 주거지, 이 호텔 소방 점검을 맡아온 B 업체 사무실 등 4곳에 대해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27일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경찰 수사관들이 화재가 난 부천의 한 호텔에서 장부 등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경찰은 화재 초기 대응에 관여한 A씨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이로써 입건자는 업주 2명을 포함해 3명으로 늘었다.

 

B 업체는 과거부터 불이 난 호텔의 자체 소방점검을 맡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호텔은 올해 4월에도 자체 소방점검을 진행해 그 결과를 부천소방서에 통보했는데, 당시에는 6·7층 객실 인근, 1·2층 계단 등 6곳의 유도등 불량을 지적받았다. 다만, B 업체는 전체 결과를 ‘양호’로 판단했다. 이 호텔은 소방시설법에 따라 1년에 1∼2차례 자체적으로 소방시설을 점검해야 한다. 

 

2019년 7월에는 작동기능을 확인하는 자체 점검에서 지하 주차장 스프링클러의 펌프 유량계와 프리액션밸브 솔레노이드 등이 불량으로 지적받았다. 2020년에는 연기감지기 불량, 사용 기한이 지난 분말소화기 비치 등이 드러났고 2021년에는 옥상 수조 탬퍼스위치 불량 판정 등이 나왔다. 특히 2020년 지적받은 연기감지기는 2022년과 지난해 점검 때도 불량 판정을 받았다.

 

경기 부천 호텔의 객실 내부 모습.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 제공

경찰은 민간 소방 시설관리업체가 자체 점검을 형식적으로 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마치는 대로 압수물 분석을 통해 화재 발생 경위 및 불이 빠르게 확산해 인명피해를 키운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까지 사고 생존자와 목격자, 직원 등 모두 24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진행됐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사망자 7명에 대한 시신 부검에선 “사망자 중 5명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 나머지 2명은 추락에 따른 사망으로 각각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이 나왔다.

 

이번 화재는 지난 22일 오후 7시 34분쯤 부천 중동의 한 호텔에서 발생해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불길이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내부에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진 데다 객실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