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디지털 성범죄 ‘지옥문’ 경고했는데…국가 2년 넘게 뭐했나”

디지털 성범죄 전문위 제안 내용 공유
서지현 전 검사. 뉴시스

텔레그램 기반 딥페이크(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이미지 합성 조작물) 집단 성범죄가 확산한 가운데 서지현 전 검사가 “디지털 성범죄 지옥문이 이미 열렸다고 대책을 만들어 시행을 촉구한 지도 2년이 넘었는데 법무부, 국회, 국가는 그동안 무엇을 했냐”고 성토했다. 

 

서 전 검사는 지난 2018년 검찰 내 성비위를 고발하며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촉발한 장본인이다. 2021년 7월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원회(전문위) 팀장을 맡아 디지털 성범죄 대응체계를 마련해왔으나 2022년 5월 돌연 법무부로부터 원대복귀 인사 통보를 받고 사직했다.

 

27일 서 전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면서 “제대로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60여개 관련 법률조항을 제안했던 전문위를 임기 도중 강제 해산시킨 법무부, 여성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국회, 범죄를 예방·수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너무나 너무나 늦었지만, 법무부, 국회, 국가는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게시물 해시태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국가도 공범”, “국가와 정치와 언론이 눈 감으니 범죄자들의 천국”이라고도 썼다.

 

그는 과거 전문위에서 제안했던 내용 가운데 당장 필요한 대책이라고 보는 것들을 추려 공유했다. 전문위는 9개월여 활동 기간 중 총 45차례 회의를 통해 법률 32개, 조문 60여개 등에 대한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이날 서 전 검사는 ▲텔레그램 수사 협조 및 게시물 차단 강력 요구 ▲텔레그램의 수사 비협조 시 앱 스토어에서 앱 삭제 ▲신속한 증거보전을 위한 ‘피해 영상물 보전명령’ 신설 ▲재유포방지 위해 원본 복제압수 후 삭제하는 ‘잘라내기식 압수’ 법제화 ▲피의자 불명시 신속 수사를 위한 ‘토지관할 특례’ 신설 ▲추가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응급조치’ 신설 ▲다크웹 등 수사를 위한 기술적 조치 개발 및 전문인력배치 등 시스템 구축 ▲피해자 원스톱 지원방안 마련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최근 한 대학에서 여학생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된 데 이어 비슷한 종류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잇따라 드러나며 예상 피해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중고생 등 미성년자는 물론 교사, 여군 등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학교 명단’으로 알려진 곳만 100곳 이상으로 파악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