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점거·주민설명회 무산… 기후대응댐 놓고 갈등 심화

청양군 지천댐 환경부 설명회
반대 주민 거센 항의·저지에 취소
찬성 주민들과 서로 고성 오가기도

양구·단양서도 “백지화” 여론 높아
반대 촉구 집회·거리행진 열기도

예천 용두천댐, 건설 대다수 환영
“주민 안전 위해 필요” 의견 내놔

정부의 14개 기후대응댐 신설 계획을 놓고 지자체별로 찬성과 반대, 민-민 갈등 등 다양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충남 청양군 지천댐 건립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고 경북 예천군 용두천댐의 경우 ‘환영’, 강원 양구군 수입천댐과 충북 단양군 단양천댐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 뚜렷하다.

환경부는 27일 청양군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지천을 기후대응댐 후보지로 선정한 배경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려 했으나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지천댐 반대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주민설명회가 열리는 청양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연단을 점거하고 댐 건설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환경부 관계자들이 설명회를 위해 행사장에 들어가려 했으나 반대 주민들에게 저지당했다.

환경부 관계자 가로막는 주민들 27일 충남 청양군 청양문화예술회관에서 지천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설명회를 하려는 환경부 관계자를 가로막고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청양=연합뉴스

행사장 안에는 댐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들도 많았는데 이 과정에서 주민들 간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일부 주민은 “일단 환경부 얘기를 들어보고 반대든 찬성이든 결정을 하자. 왜 설명회도 못 하게 하느냐”고 반대 측 주민들을 향해 불만을 터뜨렸다.



환경부는 행사 예정 시간인 오전 10시를 넘어서도 주민 반발이 계속되자 10시25분쯤 설명회 취소를 선언하고 행사장에서 퇴장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오늘 설명회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주민의 의견을 듣고자 한 것”이라며 “찬성하시는 분도 있고 반대하는 분도 있을 텐데, 이런 상황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환경부는 21일 예천군에서 ‘용두천 기후대응댐 후보지 주민설명회’를 갖고 군민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대다수의 주민이 댐 건설을 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부 반대의 의견도 잇따랐다. 설명회는 댐 건설의 필요성과 적정성 검토, 향후 절차와 보상·지원 방안 등을 설명하는 자리였으며 주민 180여명이 참석했다. 대부분의 주민은 안전을 위해 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댐 건설에 뒤따르는 주변 지역 정비사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27일 오전 충북 단양군 이장협의회가 읍내에서 환경부의 단양천댐 건설 계획안 백지화를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단양군 제공

수입천댐과 단양천댐 후보지 주민들과 지자체·지방의회에선 ‘댐 건설 백지화’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양구 주민들은 반대 집회를 벌이며 “두타연은 천혜의 자연환경이자 대표 관광지로 보전해야 할 대한민국 생태 자원이다. 하지만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놓였다”며 “환경부는 주민 고통은 물론 자연 보전에도 뒷전”이라고 주장했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소양강 댐과 화천 댐, 평화의 댐에 둘러싸여 ‘육지 속의 섬’으로 전락한 양구에 또 댐이 지어진다는 것은 군민들이 호수에 갇혀 죽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80년 충주댐이 건설된 단양에서도 단양천댐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단양 지역 마을 이장 150여명은 이날 단양 읍내에서 단양천댐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달 22일 결성된 단양천댐 반대투쟁위원회는 30일 단양중앙공원에서 댐 건설 반대 군민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