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비공개 내부 정보 유출 및 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에 더해 금품 수수, 성비위, 직장 내 괴롭힘, 음주운전 등 ‘막장’ 수준의 다양한 비위 행위를 저질러 무더기 징계를 받은 것으로 27일 파악됐다. 직원 비위 근절을 위한 LH의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망언’ 직원 파면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더불어민주당)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징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 7일까지 인사위원회로부터 징계가 의결된 직원은 57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LH에 따르면 2020년 입사자 A씨는 2022년 6∼9월 15차례에 걸쳐 비공개 업무자료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여자친구에게 보내주는 등 수법으로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급자 계정으로 내부망에 접속해 보안문서를 열람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타인 명의를 도용해 공분을 살 만한 글을 반복적으로 올리기도 했다. “출장비로 매달 80만원 더 챙겨 먹으면서 차에서 노래 틀고 카페 가서 논 것밖에 없는데요”, “공기업 2년 차인데 국민 세금 빨면서 월급 받으면서 일 쳐내면서 승진 안 하고 살렵니다”라고 적은 것이 대표적이다. “대구는 ○○○ 만들어 버림”이라고 적은 적도 있다. 이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를 모욕하는 망언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쓰이는 표현이라고 한다. 인사위는 A씨의 파면을 의결했다.
2019년 입사자 B씨는 2021년 3월 익명 단체대화방에서 “저희 본부엔 (서울) 동자동 재개발 반대 시위함. 근데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림, 개꿀”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B씨는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부동산 투기에 ‘경마장 출근’까지
근태 불량 행태는 각양각색이었다. 1990년 입사자 C씨는 지난해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건설 현장에서 기둥 17곳, 벽 6곳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상급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직후여서 안전 문제가 크게 조명받던 때였다. 그는 감봉 3개월 처분을 피하지 못했다.
2020년 입사자 D씨는 2022년 경기 성남의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지구 내 아파트를 매입해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LH법에 따라 LH가 공급하는 주택은 직원이 신규 취득해선 안 된다. 이에 LH 감사실은 “비위 정도는 ‘경비위’, ‘경과실’에 해당한다”고 보고 견책 처분을 요구했다. 인사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차장급 직원이 임대주택 유지보수 현장대리인에게 1만4000원 상당 모기약을 받았다가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사유 등으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은 것과 대조됐다.
현장소장 E씨는 2022년 2월 부임한 다음 날부터 5개월 동안 9차례에 걸쳐 경마장에서 마권을 구입해 퇴근 시간이 되도록 경마 관람을 즐긴 것으로 파악돼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2002년 입사자 F씨는 일과 종료가 임박한 오후 4∼6시 사이 휴가 신청을 한 뒤 다음 날 상급자가 결재하기 전 회수하는 수법으로 45차례에 걸쳐 유급휴가를 부당하게 차감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직 1개월에 처해졌다.
주임급 G씨는 병가, 연차 등으로 2022년 7월∼2023년 3월 141일을 출근하지 않고 고깃집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했다고 한다. 카페에선 정식 근로계약서도 작성했다. LH 직원 신분을 밝히고 온라인 자기소개서 컨설팅도 했다. 그는 해임 처분을 받았다.
이 밖에도 내부 정보를 활용해 비상장 주식을 매입하거나 음주운전, 성비위, 직무 관련자에게 반복적으로 금품을 수수한 직원들이 파면, 정직 등 처분을 피하지 못했다.
박용갑 의원은 “일부 직원들의 비위행위로 인해 LH 전체가 국민의 불신을 사는 상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적발된 비위에 상응하는 강력한 징계 조치와 함께, 비위 행위 근절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LH는 “(직원들의) 투기 사태 이후 자체감사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적발된 행위는 무관용 원칙으로 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해 더욱 엄중히 관리·감독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