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매스터 “韓, 트럼프 책상 위 불공정 무역 관행국 표에서 가장 많이 체크”

“한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집무실에 있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저지르는 국가들을 적은 표에서 가장 많이 체크되던 나라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두 번째 안보보좌관(2017년 2월∼2018년 3월)이었던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7일(현지시간) 공개된 회고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나의 임무 수행‘에서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가 추진되던 시기를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FP연합뉴스

그는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던지는) 수류탄들은 가끔 대통령의 책상 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안으로 귀결되기도 하고, 왼쪽 아래에 놓여있던 코르크 게시판 위 불공정 무역 관행을 가장 많이 저지르는 국가들을 기입한 표로 나타나기도 했다”며 그 중에서도 한국이 가장 많은 체크리스트에 올랐다고 회상했다. 배넌 전 고문과 나바로 전 국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뜻에 맞춰 그에게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미국과 불공정한 무역을 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을 ‘수류탄‘으로 표현한 것이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한•미 FTA가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못지 않게 트럼프의 분노를 계속 자극했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미 FTA를 25만개의 미국 일자리를 한국에 주었던 “호러 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스페셜“로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 FTA가 오바마행정부가 약속한 것을 이행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25만개라는) 숫자는 아마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해 6월6일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무역관련회의에서 맥매스터 전 보좌관과 개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재협상이 아닌 한•미 FTA에서 벗어나는 것은 미국의 목표를 훼손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배넌 전 고문과 나바로 전 국장은 그들을 ‘세계주의자’(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반대 의미)로 취급했다.

 

무역 문제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안보보좌관이었던 그는 동맹국과의 무역 문제에도 계속 개입할 수 밖에 없었다. 콘 전 위원장은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과,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대화에서 이 점을 계속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일관된 메시지는 한•미 FTA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수정하라고 지시한 문제가 있으며, 우리는 대통령에게 한국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기꺼이 양보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한국 자동차 시장 접근성 개선 등이 핵심 문제였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리가 동맹국들을 쏴서 중국을 이기려하면 중국이 이긴다”고 끊임없이 간언했다고 적었다. 중국으로부터의 무역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한국 등 동맹국들을 압박하는 것이 더 큰 안보 목표를 훼손한다는 뜻이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본,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동맹국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거운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2018년 3월까지는 자신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게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궤도에서 이탈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