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공지능으로 키우는 양돈업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타스와 케이스라는 로봇은 고도의 인공지능(AI)이 탑재돼 우주탐사선 인듀어런스호 탑승자들의 우주 탐험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우주선 정밀 조작, 기술지원, 분석, 구조 작업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특히 선원들과 대화, 유머 등의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인공지능은 컴퓨터 시스템이 사람과 유사한 지능적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사람처럼 학습, 추론해 문제를 해결하며, 시각 인식, 의사결정 등과 같이 사람의 인지적 기능을 모방하고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 또한 주로 기계 학습과 딥러닝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 및 학습하며, 스스로 개선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사람의 능력 범위 밖에서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성 증가, 편향성, 윤리성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보다 이점이 더 크다는 점에서 여러 산업에서의 활용도가 커지고 있으며, 인류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생산하고 제공하는 양돈산업에서도 인공지능의 가치는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임기순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장

현재 국내 양돈농가는 낮은 생산성, 인력 채용의 어려움, 경영비 상승 등과 같은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양돈농가 근로자 중 외국인 비중이 높아지면서 언어 소통, 교육 문제, 잦은 이직 등으로 전문인력 양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인공지능 기반 정밀 사육 시스템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양돈 사양기술로 호흡기 질환 발생 징후 감지, 분만 어미돼지 관리, 비육돼지 체중 및 출하일 예측 등의 기술이 상용화됐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보다 고도화된 사양관리 기술 연구가 추진 중이다. 특히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숙련된 관리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육안 관찰에 의존해야만 했던 어미돼지 임신판정, 체형관리, 이상 개체 탐지 등의 돼지 관리업무를 자동화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임신판정 기술은 인공지능이 어미돼지의 발정주기(약 21일) 이전에 임신 여부를 판단하여 비생산일 수를 줄이고 조기에 어미돼지 체형관리를 수행하게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어미돼지 사육 규모 90만마리 기준으로 연간 약 33억원의 인건비와 더불어 비생산일 수 감소에 따른 연간 사료비 약 85억원을 저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밖에도 어미돼지 체형관리 기술은 인공지능이 개체별 체형을 진단하고 일일 영양소 요구량을 산출해 이에 맞는 사료급여량을 조절, 급여함으로써 번식성적과 업무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상 개체 탐지 기술은 포유기 압사, 기아 등 새끼돼지 폐사와 관련된 이상행동 감지와 육성·비육기 호흡기 질병, 사료섭취 저하가 발생한 개체를 조기에 발견하고 조치하여 폐사율을 낮추고 생산효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양돈산업에서 인공지능 기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양돈농가가 직면한 인력 부족과 생산력 저하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국립축산과학원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현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향후 양돈농가의 생산성 향상, 더 나아가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임기순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