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동문 여성을 상대로 합성 음란물(딥페이크)을 만들어 유포한 ‘서울대 N번방’ 사건의 공범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번 사건 범죄는 “피해자를 도구화하고 인격을 몰살한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엄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유량 부장판사는 28일 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28)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허위 영상물 내용은 일반인 입장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역겨운 내용”이라며 “익명성과 편의성을 악용해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 채 스트레스 풀이용으로 도구화하며 피해자의 인격을 몰살해 엄벌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는 현대인의 일상적 행위가 범죄 행위의 대상으로 조작되기에 피해자가 느낄 성적 굴욕감을 헤아릴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공소제기 이후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형사공탁을 했지만, 인적사항이 밝혀지지 않은 성명불상의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점도 양형에 고려했다.
박씨는 불법 합성물을 텔레그램으로 공유받아 재유포하거나 지인들을 상대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가 제작한 허위 영상물은 약 400개, 반포한 영상도 1700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 사건 주범인 서울대 출신의 또다른 박모(40)씨에게 온라인 메신저로 연락해 함께 여성 수십명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만들어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범 박씨는 지난달 10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상습 범행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심신미약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을 포함해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일당은 총 4명으로 모두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한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민아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채)는 선고 뒤 “일상에서 SNS를 이용해 서로 안부를 묻는 것이 범죄에 이용됐다는 점 등을 재판부가 양형에 많이 참고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