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의 시작은 서브 그리고 리시브다. 세터의 토스와 양 사이드와 미들 블로커들의 공격은 서브, 리시브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구단들이 비시즌 때 가장 강화하려는 부분이 서브와 리시브 파트이기도 하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에 그친 흥국생명은 다가올 2024~2025시즌엔 유니폼에 다섯 번째 별을 새기기 위해 한국보다 훨씬 무더운 상하이 현지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담금질을 한창 진행 중이다.
각 포지션마다 어느 정도 주전의 윤곽은 정해졌지만,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포지션이 있다. 바로 ‘배구 여제’ 김연경의 대각에 서는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다. 2018년부터 흥국생명에 뛰며 주전과 백업을 오간 김미연(31)을 시작으로 이번 FA 시장에서 흥국생명이 유일하게 영입한 외부 FA 자원인 최은지(32), 6년차 김다은(23)과 4년차 정윤주(21)까지 네 명이 그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27일 상하이 전지훈련에서 지난 시즌 중국 여자배구 리그 2위에 오른 강호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와 연습경기를 가졌다. 상하이는 외국인 선수 없이 자국 선수들만으로 경기를 치렀음에도 빼어난 기량을 펼쳤고, 흥국생명은 첫 연습경기였기에 명실상부 팀의 에이스인 김연경을 2세트까지만 뛰게 하고 다양한 라인업을 시도했다. 경기 결과는 1-3으로 흥국생명의 패배였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모든 포지션에 다양한 선수들을 투입해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 고심하는 모습이었지만, 유일하게 단 한 선수가 4세트까지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 주인공은 4년차 아웃사이드 히터 정윤주였다.
정윤주는 신장은 176cm로 다소 작지만, 좋은 점프력과 팀 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강한 파워를 앞세운 공격력이 일품이었다. 올스타전에서 ‘서브퀸 콘테스트’에 참가할 정도인 강한 파워를 앞세운 서브도 에이스는 없었지만, 범실(1개)도 적었고 상대 리시브를 잘 흔드는 모습이었다. 토스가 좋게 올라오든 나쁘게 올라오든 자신감있는 팔 스윙으로 상대 블로커를 뚫어내려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39번의 공격을 시도해 3개의 범실과 2개의 상대 블로킹에 차단 등 공격 성공률은 33%(13/39)에 그쳤지만,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한 활약이었다.
반면 팀 내부에서도, 본인 스스로도 약점으로 지목하는 리시브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었다. 총 18개의 상대 서브를 받아 ‘정확’ 판정을 받은 리시브는 단 2개로, 리시브 정확률은 11%였다. 다만 정확 판정은 받지 못해도 준수하게 받아올린 리시브는 6개로 33%를 기록했다. 다만 아웃되어 나가는 볼을 받으려다 서브 득점을 허용하기도 하고, 상대의 강서브에 그대로 에이스를 허용하는 등 리시브 보완은 분명히 필요해보였다.
아본단자 감독은 “많이 성장한 선수고, 더 성장할 선수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더더욱 필요하다. 팀에 중요한 선수가 될 수 있어서 기용 시간을 오래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연습경기를 마치고 만난 정윤주에게 ‘본인의 활약을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냐’고 묻자 “100점 만점에 65점을 주고 싶다”면서 “리시브 이런 부분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서 너무 아쉽다. 공격도 터치아웃시키려고 시도를 많이 했는데, 그게 미스가 났다. 그래도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경쟁에서 언니들보다 우위인 점에 대해서 정윤주 스스로도 공격을 꼽았다. 그는 “공격을 그래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리시브랑 수비를 더 보완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리시브를 좀만 더 잘하게 되면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정윤주가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임에도 리시브에 익숙치 않은 것은 포지션 변화를 늦게 가져갔기 때문이다. 정윤주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미들 블로커를 했었어요. 2학년 때부터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바꾸다 보니 어렸을 때 리시브 연습을 안했다 보니 아직 약점인 것 같다”라면서 “선수들마다 구사하는 서브가 모두 다르다 보니 그걸 딱 알아채는 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도 매일 리시브를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쉽지 않지만, 꼭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릴거에요”라고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