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주화의 도안을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로 판매 중단 위기에 처했던 ‘십원빵’이 합법화된다. 한국은행은 화폐 도안의 영리 목적 활용을 허용하되, 현용 주화와 혼동되는 화폐 모조품 제작이나 화폐의 품위를 떨어트릴 수 있는 도안 이용은 철저히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이런 내용의 개정 ‘한국은행권 및 주화의 도안 이용 기준’을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개정에 따라 앞으로는 영리 목적이라도 화폐의 품위와 신뢰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화폐 도안을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십원빵뿐만 아니라 도안을 활용한 티셔츠 등 의류나 소품, 규격 요건을 준수한 은행권·주화 모조품도 만들 수 있게 됐다.
앞서 한은은 경북 경주에서 판매되는 십원빵이 화폐 도안을 무단으로 이용했다며 판매 사업자에 대한 제재를 검토했었다. 십원빵 외관은 다보탑이 새겨진 10원 주화를 본떴는데, 영리 목적의 화폐 도안 사용은 한은 규정상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나친 규제’라며 논란이 일었고, 결국 한은은 관련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에 들어갔었다.
이번 개정으로 규제가 완화됐지만, 화폐 위·변조를 조장하거나 진폐로 오인될 수 있으면 도안 이용이 엄격히 제한된다.
한은은 이날 화폐 모조품과 일반 도안 이용으로 나눠 규격 요건을 제시했다. 종이로 만든 은행권 모조품은 실제 은행권 규격의 50% 이하나 200% 이상 크기로 가로와 세로 배율을 유지해야 한다. 주화 모조품은 실제 주화 규격의 75% 이하 또는 150% 이상으로만 만들도록 했다. 잡지 등 인쇄물 내 화폐 도안은 실제 은행권 규격의 75% 이하나 150% 이상 크기로 제작하고 ‘보기’라는 문구를 써넣어야 한다. 또 화폐 도안에서 세종대왕이나 퇴계 이황 등 인물을 별도로 분리해 이용하거나 원래 모습과 다르게 변형하는 이용도 금지된다. 인물 영정 작가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서다.
음란성이나 폭력성, 사행성, 혐오감 등이 표현되거나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부적절하게 이용돼도 규제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