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노련미로 위기 대응 나서… 장남 김동관 ‘투자’ 진두지휘

7개 계열사 대표 교체 인사

새 대표이사 내정자 평균 57.7세
‘젊은피’ 수혈 대신 역량 중심 기용
30~40대 발탁 재계 흐름과는 역행

김동관 부회장 ‘책임경영’ 전면에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대표 겸직
석유화학 등 위기 직접 극복 나서

한화그룹이 29일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을 그룹의 미래 혁신기술 분야를 담당하는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수장으로 임명하는 등 주요 7개 계열사 대표 인사를 단행했다. 김 부회장의 책임을 강화하고, 동시에 각 계열사는 역량 중심인사로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 위협 파고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이날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투자·사업), 한화파워시스템, 한화모멘텀, 한화자산운용 등 7개 계열사의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8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한화솔루션(케미칼·큐셀), 여천NCC 등 유화·에너지 부문 3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낸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7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한 것이다.

김 부회장 인사는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회장은 현재 ㈜한화 전략부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번 인사로 그는 그룹 석유화학 계열사인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대표도 겸직하며 시장 침체로 어려움에 직면한 석유화학 사업 위기를 전면에 나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부문 대표로서 미래 혁신기술 등 전략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신규 투자처 발굴로 그룹의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이를 포함해 한화그룹은 이번 인사를 ‘세대교체를 통한 사업 전환 가속화’로 요약했다. 다만 재계에선 세대교체보단 노련미를 통한 위기대응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회장을 제외하면 내정자 평균 연령은 57.7세로, 현 대표들(59.3세)에 비해 1.6세 정도 낮아졌다. 30∼40대 대표가 늘고 있는 최근 재계 흐름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한화그룹은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업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핵심 경영진을 재배치했다”며 “대표이사 인사로 시장 내 선도 지위 확보를 추구하고 성과 중심 인사로 조직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효과를 기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조선·해양 계열사 한화오션 신임 대표엔 현재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를 이끄는 김희철 대표가 내정됐다. 김희철 내정자는 2015년 한화토탈(전 삼성토탈) 출범 때 초대 대표를 맡아 사업 안정화와 실적 개선을 이끌었고 한화종합화학, 한화큐셀, 한화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 대표이사를 두루 역임했다. 한화그룹은 “그룹 내 에너지 밸류체인 강화를 위한 글로벌 사업 확대,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로 한화오션의 성장과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김희철 내정자가 비운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 사업부문 대표 자리엔 내부인사가 승진했다. 한화에너지는 이재규 기획실장이, 한화임팩트 사업부문엔 문경원 PTA 사업부장이 내정됐다. 한화모멘텀과 한화자산운용도 각각 내부인사인 류양식 이차전지사업부장, 김종호 경영총괄을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하면서 사업 연속성을 이어갔다.

한화시스템 대표는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겸직한다. 손 대표는 한화지상방산, 한화디펜스 대표를 거친 방산전문가로 호주·폴란드·중동 등에서 대규모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K-방산’의 선봉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그룹은 “손 대표가 한화시스템 대표를 함께 맡아 방산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 한화시스템의 방산전자 및 통신분야 해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파워시스템은 이구영 전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가 내정됐다. 내정자들은 각각 사 일정에 따라 주주총회와 이사회 등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