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기사 쓴 ○○○ 당해봐라”… ‘기자 합성방’까지 등장

텔레그램 성범죄 점입가경

“얼굴·신상 올려주면 바로 제작”
개설 3시간 만에 합성물 올라와
“기사 내기만 해” 언론까지 위협
가해자들 “절대 못 잡는다” 허세
N번방 때 솜방망이 처벌 학습돼
檢 “영상 삭제·피해자 지원 최선”

최근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폭력의 온상이 된 텔레그램에서 ‘기자 합성방’까지 생겨났다. 언론계 종사자에게까지 직접 뻗친 위협이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고,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늦은 밤 만들어진 기자 합성방에서는 이번 사태를 보도하는 기자에 대한 협박과 신상 및 사진 공유, 불법 합성을 비롯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성 발언이 쏟아졌다. 방이 만들어지자마자 “예쁜 분들 위주로 부탁드린다. 이름, 어디 언론사인지 붙여달라”는 말이 올라왔고, 이어서 “기사 내기만 해봐. 사진만 구하면 바로 제작 들어간다”는 발언이 나왔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이곳 이용자들은 “기자도 당해봐야 헛소리 작작 쓰지. 딥페이크 기사 다룬 기자들 목록방도 만들어줘”라거나 언론사명과 기자 이름을 특정해서 사진과 신상을 올리도록 부추기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얼마 안 돼 복수의 여성 기자 사진이 올라왔고, 외모에 대한 조롱이 이어지더니 이내 피해자의 얼굴을 성적인 이미지와 합성한 사진이 생성됐다. 방이 만들어진 지 2∼3시간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들은 관련 기사를 썼던 기자 중 남성이 있다는 것도 언급하며 “남자라고 (능욕) 못할 거도 없지. 남녀평등”이라더니 “남자 기자는 취재하는 거니까 지능(지인능욕) 사진 당당히 볼 수 있는 거네”라고 말했다.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가 공론화된 직후임에도 이런 방에서는 언론과 경찰 등을 도발하는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기자들이 단물 다 빨아먹고 버렸냐”거나 “경찰은 손가락 빨고 있냐” 등 조롱을 서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가해자들의 자신감이 디지털 성범죄에 관대해 온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서 비롯됐으며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씁쓸해했다. ‘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2018∼2020) 사건 당시 주동자 몇 명만 잡아들였을 뿐 26만명에 달하는 이용자 대부분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번에 처음 폭로된 딥페이크 합성봇 방의 참여자 수도 22만명에 달한다.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대표변호사는 “‘(수사기관이) 못 잡는다’는 확신이 주는 당당함이 감지되는데, 이용자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북돋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절대 안잡힌다’는 호언장담은 그렇게 믿고 싶은 소망의 표현”이라며 “허위 영상물에 대한 엄정한 대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데, 두려운 심리를 허세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오 변호사는 “기성세대 중에는 (딥페이크 범죄가) 신체 침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영상·사진 조작이 기분만 나쁠 뿐 큰 범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온라인 만남이 디폴트(기본값)인 디지털 세대에게 이런 문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야 한다”며 “잠입수사 제도를 국제법 수준에 맞게 꼼꼼하게 규정하고 범죄의 무대가 된 플랫폼 규제 및 책임을 물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 조사관은 “텔레그램과 협의해 (딥페이크 범죄에 연루된) 계정 소유주를 잡아들이거나 미성년자 가해자는 수년간 SNS 계정을 못 만들게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전국 일선 검찰청의 디지털 성범죄 전담 검사 화상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는 사회적 인격 살인 범죄이므로, 확산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엄정 대응하고, 허위 영상물 삭제와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성적 수치심 유발 정도가 큰 아동·청소년 대상 허위 영상물과 영리 목적 허위 영상물을 제작한 사범은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18개 검찰청에 지정된 디지털 성범죄 전담 검사를 31개 검찰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