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1년 이후 탄소감축목표 세워라”…헌재, 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 판결

전원일치로 “국민 기본권 침해”
유럽서 선례… 亞 국가선 최초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 기본법)에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설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앞서 네덜란드 대법원과 독일 연방헌재 등에서 기후위기 정책과 관련해 비슷한 취지의 판단을 내린 적이 있지만 아시아 국가에서는 최초로 나온 결정이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뉴스1

헌법재판소는 29일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한국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30년 이후를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감축 부담을 떠넘겨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조항은 2026년 2월28일까지만 효력이 인정된다. 정부와 국회는 개정 시한까지 헌재 취지를 반영해 보다 강화된 기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규정했다.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2018년 배출량 기준 40%’만큼 감축하겠다고 정했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준도 마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헌재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에 관해 그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며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가 2030년까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이 부분 청구는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