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됐습니까, 큰 목소리로 이함(離艦)을 외치고 안전하게 물 속으로 뛰어듭니다.”
지난 29일 오후 전라남도 여수에 위치한 해양경찰교육원 선박안전실습장. 이곳은 500t급 경비함정을 모델로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길이 45.6m*폭 10.8m*높이 23m)이다. 이날 뜨거운 햇볕 아래 지상 3층의 야외데크에서 침몰을 가정한 탈출 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전명군 경위의 지시에 제250기 교육생이 신속한 낙하로 배를 떠났다. 모두 20명이 차례대로 뛰어내린 뒤 6∼7명은 3개 팀을 구성했고, 이후 각자가 손을 맞잡으며 발끝은 중앙으로 모았다. 바로 ‘허들링’을 보인 것이다. 서로 몸을 밀착시켜 체온이 나눠지도록 한 자세로 추위는 이겨내고 동료애를 키운다. 동시에 거대한 원 모양이 항공에서 쉽게 식별할 수 있는 표시로도 작용한다. 전 경위는 “현장에서 얼마나 빨리 대응하고 벗어날 수 있느냐, 그것이 바로 골든타임 확보와 가장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자리를 옮긴 지하 1층. 기울어진 선박을 직접 느끼고 벗어나는 체험이 진행됐다. 직접 안으로 들어가니 15㎡ 남짓한 선실을 본따 만들어진 공간이 나타났고, 교수의 안내에 따라 기울기가 선택됐다. 먼저 30도에서는 순간적으로 몸이 한쪽으로 쏠렸다. 내부에서 제대로 걸음을 옮길 수 없자 불안감이 커졌다. 곧이어 45도로 각도를 높이자 몸의 균형을 잡기는 커녕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이 수치는 2014년 4월 단원고교 학생과 교사 등 300여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 당시와 흡사한 상황이라고 관계자가 알렸다. 교육원 측은 “현재 장비 바닥은 미끄럼 방지 매트로 그나마 정지 상태가 유지된다. 하지만 실제 여객선은 더욱 미끄러운 데다 핸드레일을 잡기도 어려워 위험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로부터 멀지 않은 해양구조훈련장에서는 거센 바람이 불면서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모습이 연출됐다. 흡사 바다 한가운데 있다고 착각할 만큼 ‘웅, 웅∼’ 거리는 기계음에 폭풍우와 2m 수준의 너울이 쳤다. 그러자 한켠에 배치시킨 모형헬기가 공중으로 솟구쳤고, 베테랑 대원들이 익수자를 구하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내던졌다. 파도에 맞선 지 5분쯤 지났을 때 조난자가 무사히 구조되자 엄지를 치켜 세웠다.
지도를 맡고 있는 정재서 경감은 “해경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자부심이 생기도록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육원에서는 지난 1월에 입교한 169명 신임 교육생이 고강도 일정을 소화 중이다. 총 52주(외부관서 실습 12주 포함) 동안 체력단련을 시작으로 수영 및 인명구조, 해상 안전관리 등 기본 과정을 수료해야 일선에 배치될 수 있다.
해양경찰청 부속 해양경찰교육원은 전남 여수에 둥지를 마련한 지 올해 10주년을 맞는다. ‘현장에 강한 해양경찰 양성’을 목표로 2014년 13개 훈련장과 4000t급 ‘바다로함’ 등 국내외 최고 수준의 전문시설이 도입됐다는 평이다. 또 초등교원 대상의 생존 수영, 어린이 안전교육, 수협 어선안전관리 역량 강화, 외부단체 해양 안전체험 프로그램을 연다. 김종욱 해경청장은 “국민 위기의 순간에 최선 대응과 복구가 이뤄지는 전문역량을 길러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