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전 굴욕 소환해 美여성 상처준 밴스 "웃어넘기자" 사과 거부

해리스 공격에 이용하려 17년전 '미스 틴 USA' 영상 끄집어내
'졸지에 봉변' 여성 "문제 영상에 우울증까지…온라인 괴롭힘 멈춰야"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이 이번에는 17년 전 10대 여성의 잊고 싶은 미인대회 참가 영상을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공격에 이용해 구설에 올랐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밴스 연방 상원의원이 SNS에 올려 논란이 된 17년 전 '미스 틴 USA' 참가자 영상. 밴스 의원 '엑스' 계정 캡처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MSNBC 방송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밴스 상원의원은 전날 해리스 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2007년 '미스 틴 USA' 참가자의 영상을 '속보: 카멀라 해리스 CNN 인터뷰 전문 입수'라는 자막과 함께 올렸다.

미스 틴 USA는 14~19세 여성이 참가하는 미인대회로, 밴스 의원이 올린 영상의 주인공은 케이틀린 업턴이다.



당시 18세였던 업턴은 미국인의 약 20%가 세계 지도에서 자신의 나라를 찾지 못할 것으로 믿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심사위원의 질문에 "지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등 제대로 답변을 못 해 온라인에서 각종 비방과 공격을 받았다.

업턴은 이후 뉴욕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한 파티에 참석했을 때 몇몇 대학 야구선수가 자신을 잔인하게 조롱했고, 어떤 사람은 "멍청하니 죽으라"는 쪽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업턴은 이런 괴롭힘으로 인해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 충동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엑스에 "17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 영상이 등장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정치적 신념과 상관없이 내가 아는 한가지는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괴롭힘은 여전히 멈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밴스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미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 지명된 밴스. AP연합뉴스

밴스 의원은 같은 날 미 CNN 방송에 출연해 문제의 영상을 "20년 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에 불과하다며 업턴을 향해 "웃어넘기자"고 말했다.

밴스 의원은 "정치가 너무 변변찮고 너무 지루해졌다"며 "미국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면서 다소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농담(문제의 영상)을 올린 것에 대해 사과하지는 않겠지만 케이틀린의 행운을 빌고 잘 지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밴스 의원은 과거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을 '자식이 없는 여성'이라고 공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