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회사원 이모씨는 얼마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 대장내시경 결과 ‘대장 게실’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병원에서는 “특별히 지금 조치를 할 건 없다”며 “물을 많이 마시라”고만 말했다. 그는 “7∼8년 전 받은 대장내시경에서는 게실이 없었는데 갑자기 생겼다”며 “지인 중에 게실염으로 통증으로 데굴데굴 구르다 응급실에 간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불안한데 조치가 없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게실(憩室) 질환은 식도, 위, 소장, 대장 등 약해진 장벽이 늘어나면서 움푹 팬 모양의 ‘작은 구덩이’를 말한다. 대장 내시경에서 흔히 나오는 용종이 대장 내시경으로 바라봤을 때 볼록 튀어나온 ‘혹’ 모양이지만 게실은 안으로 풀 들어간 모양이다.
◆게실증 있다고 다 통증 생기는 건 아냐
게실은 위, 소장, 대장, 담낭, 방광 등 다양한 장기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대장에서 많이 나타난다.
대장 바깥에서 바라봤을 때 돌출되는 대장벽이 점막 등 일부에만 국한된 경우를 ‘가성 게실’, 근육층을 포함한 장벽 전 층이 돌출된 경우를 ‘진성 게실’이라고 한다. 진성 게실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발생하고, 우측 대장에, 동양인에 흔히 나타난다. 반면 가성 게실은 후천적이고, 좌측 대장에 여러 개가 생기고, 주로 서양인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동양인에게서도 가성 게실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장 내 압력 증가가 주요 이유로 손꼽힌다. 고단백, 고지방 음식 섭취가 늘고 섬유질은 부족해지면서 변의 양이 줄고, 변비가 생기면서 더 많은 압력을 대장 내에 가하면서 게실이 생기는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탄산음료와 설탕, 아이스크림 등 단순당 섭취가 늘어난 것도 장내 유해균 증가에 따른 장내 가스, 대장 내 압력 증가로도 연결된다.
노화 역시 게실의 원인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대장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대장벽이 노화되며 약화하면서 게실이 쉽게 발생하는 것이다. 보통 60세 이상의 절반 정도가, 80세 이상에서는 60∼70%가 대장 게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주연욱 교수는 “게실이 생기는 것에는 선천적 원인도 있고,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에 따른 장내 압력 등으로 크게 바라볼 수 있다”며 “게실증이 있을 때 복부팽만감, 변비 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 자체로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시경으로 발견하거나, 염증으로 발열과 통증이 생기고 난 후 게실증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발 잦은 게실염
통증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대장에 게실이 있는 것만으로 특별한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치료가 필요한 단계는 게실에 염증이 생기는 ‘게실염’ 단계다. 게실증에서 게실염이 실제 나타나는 경우는 10명 중 2명 수준이다. 일단 게실염이 생기면 발열과 함께 아랫배를 찌르는 극심한 통증으로 대부분 환자가 응급실로 내원한다.
주 교수는 “게실염 환자들이 통증 강도와 위치 때문에 ‘맹장염(충수염) 같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다”며 “게실염으로 병원에 오게 되면 일차적으로 금식과 항생제를 복용하며 경과를 보게 된다. CT(컴퓨터단층촬영)를 통해 병변을 살피며 치료를 하게 되는데 항생제 복용 2∼3일 이내에 통증은 사라지지만, 퇴원 후에도 한동안 경구 항생제 복용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실염 환자의 30%는 재발을 경험한다. 게실염이 재발해 복통이 반복되면 게실이 발생한 부위의 대장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 할 수 있다. 특히 게실 염증이 심해져 천공이 생겨 복막염, 대장 주위 농양 및 장폐색증 등 합병증 시 응급수술이 필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고단백, 고지방 등 서구식 식단을 피하고 하루 20g 정도의 섬유질을 섭취하며 평소 대장 내 압력이 높아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단순당을 피하고 수분 섭취와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
주 교수는 “게실염 환자가 복막염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5∼10% 수준으로 낮지만, 게실염 발생 시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적절한 운동과 식습관 변화를 통해 비만, 변비 등을 관리하면 게실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