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돈 내고 답례품은 인터넷으로?…고향사랑기부제서 소외된 고령층

온라인으로만 신청 큰 불편… “제도 재정비” 목소리

은행 직접 찾아 고향에 기부해도
답례품 ‘e음’ 사이트 통해서만 접수
대면 기부도 농협 한 곳서만 받아

기부 대부분 고령층 불구 절차 복잡
돈만 내고 답례품 못 받는 경우 많아
갈수록 관심↓… 2024년 기부액 16% 뚝

“답례품은 ‘그림의 떡’인 셈이죠.”

대구에 홀로 사는 김모(86)씨는 “답례품을 받으려면 자식들에게 전화해 부탁해야 하는데, 바쁜데 귀찮게 하는 것 같아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김씨는 최근 TV 채널을 돌리다가 고향사랑기부금을 내면 고향도 살리고 답례품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씨는 이달 NH농협은행을 찾아 고향인 경북 안동에 10만원을 기부했다.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고령자가 농협은행을 찾아 고향사랑기부금을 내면 직원이 대신 인터넷 서버인 고향사랑e음에 등록해 주는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다.



김씨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기부금이 고향 발전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물론 답례품을 고를 기대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답례품을 받을 수는 없었을 것 같다고 했다. 답례품 신청은 무조건 고향사랑e음을 통해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 시행 2년 차를 맞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가운데 기부과정에서 디지털시대의 문외한인 고령층이 느끼는 소외감은 상당하다. 발품을 팔아 기부를 하더라도 답례품을 받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 위해선 현장의 목소리와 애로사항을 청취해 제도 전반의 불편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1일 경북 예천군에서 만난 이모(70대)씨는 고향사랑기부금을 신청받는 은행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기부금을 내고 싶어도 농협은행 한 곳에서만 받아주기 때문에 일부러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나와야 한다”면서 “대면 기부 이용층의 대부분은 고령일 텐데 편의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올해 1~5월 전국 17개 시·도의 고향사랑기부제 총기부액은 172억243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6억5068만원)보다 34억2638만원(16.6%) 줄었다. 총기부 건수 역시 지난해 1∼5월 13만7524건에서 올해 동기 12만6622건으로 1만902건(7.9%) 감소했다.

기부 분위기도 수그러든 모양새다. 특히 세액공제를 노리는 중소기업을 다니는 직장인들은 더 그렇다. 지난해 기부금을 냈지만 사실상 이렇다 할 혜택을 받지 못해서다. 예컨대 직장인이 중소기업 청년 소득세 감면으로 최종 결정 세액이 ‘0원’이 되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세액공제를 받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직장인 김모(30대)씨는 “지난해 서울에 10만원을 기부했는데 중소기업 소득세 감면에서 전액 환급을 받아 그냥 기부를 한 사람이 됐다”면서 “답례품으로 3만원 받았다 쳐도 7만원을 날린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일반기부와 함께 지자체의 특정 사업에 기부할 수 있는 지정기부가 도입됐으나 지자체의 움직임은 소극적이다. 기부금이 분산되면 일반기금 사업마저도 추진이 어려울 수 있고, 목표 모금액이 채워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지정기부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은 22곳에 불과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전략을 마련하고 제도의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점은 발 빠르게 시정조치해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