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이 지난달 국내 주식을 3조원 가까이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대장주’ 미국 엔비디아의 실적 우려에 국내 반도체주까지 매도세가 이어진 탓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8월 코스피 시장에서 2조8682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6월 4조6111억원, 7월 1조6939억원 각각 순매수했는데, 석달 만에 돌아섰다. 8월 순매도 규모는 지난해 10월(2조9442억원) 이후 가장 컸다. 특히 대형주를 2조9056억원 순매도해 코스피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였다. 2조88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개인투자자가 3조2343억원을 순매수해 물량을 받아냈다. SK하이닉스도 외국인은 9003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1조180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들어 각각 11.44%, 10.74% 폭락했다.
8월 내내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종목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지속됐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투자자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여파로 분석된다.
시총 상위 종목의 부진에 지난달 코스피 수익률은 주요 20개국(G20) 증시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7월31일∼8월30일 코스피는 2.33% 하락했는데, G20 중 이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증시 지수는 현재 전쟁 중인 러시아의 RTS지수(-13.18%),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튀르키예의 ISE100지수(-8.03%) 등 2개에 불과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해선 당분간 AI발 성장 기대심리의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수출의 모멘텀 약화와 이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 우려가 재점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은 한국 기업의 실적 우려를 다시 부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