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해군 첫 여성 심해잠수사

미국 해군 특수부대는 흔히 ‘네이비 실(SEAL)’로 불린다. 바다는 물론 하늘과 땅에서도 잘 싸울 수 있는 전천후 용사란 뜻이 담겨 있다. 1997년 개봉한 미국 영화 ‘G.I. 제인’은 네이비 실의 첫 번째 여성 요원이 되려는 조던 오닐 대위가 주인공이다. 할리우드 대스타 데미 무어가 오닐 대위 역을 맡아 머리를 빡빡 깎고 남자 군인들과 똑같은 훈련을 소화하는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무어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은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2016년 주한미군 2사단이 한·미 육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우수 보병 경연대회’를 열었다. 3시간 안에 20㎞를 행군해야 하는 등 엄청난 체력을 요구해 ‘지옥훈련’이란 별명이 붙었다. 응모한 국군 장병 중에서 21명만 최종 합격했는데,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정지은 당시 중위가 이름을 올렸다. 그는 매일 윗몸 일으키기와 팔 굽혀 펴기를 200회씩 하며 경연에 대비했다고 한다. 정 중위를 향해 ‘한국의 G.I. 제인’이란 찬사가 쏟아진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 해군 특수부대 가운데 해난구조전대(SSU)가 있다. 이름 그대로 바다에서 선박 침몰 등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 선체 수색 및 인양과 인명 구조 등을 맡는다. 이 부대에서 활약하려면 12주 과정의 심해잠수사 훈련을 통과해야 한다. 체력검정을 비롯한 모든 합격 기준은 남녀 구분 없이 동일하다. 7.4㎞의 바다 수영과 40m 잠수, 매일 10㎞ 달리기 등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오죽하면 도전자의 절반가량이 중도에 탈락하겠는가.

엊그제 SSU 역사상 첫 여성 심해잠수사가 탄생했다. 2022년 학사장교로 임관한 문희우(27) 중위가 주인공이다. 여성으로는 최초로 심해잠수사 과정에 지원한 그는 머리를 약 1㎝만 남기고 자른 뒤 자신보다 어린 남자 군인들과 동고동락한 끝에 값진 성취를 일궈냈다. 대위 진급을 앞둔 문 중위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내가) 첫 여군 심해잠수사이자, 새로운 도전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유일한 여군 심해잠수사일지 모른다”며 “후배들이 나를 보고 도전할 수 있도록 잘 성장하고 싶다”고 답했다. 진정한 인간 승리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