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女 채용 안하는 거라고요?”…육아휴직 신청 ‘뒷담화’ 논란

제보자 “말도 안 되는 업무 꼬투리 잡는 등 괴롭힘 가했다”

직장갑질119 “신고 반복 사업장 특별근로감독 적극 나서야”

#.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직장인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신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말하자 대표가 직원들에게 A씨에 대해 뒷담화하고 다닌 것이다. 대표는 "이래서 회사가 여자를 안 뽑는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상반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와 관련된 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사건 중 기소되거나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2.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을 통해 제공받은 2020년 1월 1일∼올해 6월 20일 노동부에 접수된 모성보호 제도 위반사건 처리 통계를 분석해 1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임신·출산·육아 등에 관한 근로기준법 또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신고는 2301건 접수됐다. 이 중 기소나 과태료 부과는 129건으로 5.6%였다.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시정 완료 156건(6.7%), 처리 중 사건 31건(1.3%)이었으며 나머지 1985건(86.2%)은 신고 의사 없음, 법 위반 없음, 취하, 각하 등의 사유로 '기타 종결' 처리됐다.

 

올해 상반기만 보면 모성보호 관련 법 위반 신고는 278건으로, 이 가운데 위반이 인정된 건 25건(8.9%)에 그쳤다.

 

이 중 기소 또는 과태료가 부과로 이어진 사안은 8건(기소 7건·과태료 1건)으로 2.8%에 불과했다. 반면 취하 등으로 종결된 경우가 226건(81.2%)으로 대다수였다.

 

한 제보자는 직장갑질119에 "사용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한 이후부터 계속 전 직원 앞에서 타박하거나 말도 안 되는 업무 꼬투리를 잡는 등 괴롭힘을 가했다"며 "우여곡절 끝에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직했지만 근로계약과 현저하게 차이 나는 근로계약서에 사인하거나 퇴사할 것을 강요받았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정부와 여야 정당을 막론하고 저출생 해소를 위한 다양한 대응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노동부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터에서 모·부성 보호 제도를 사용하는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과 불리한 처우를 방치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김세옥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주에게 입증 책임을 요구하고, 신고가 반복되는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