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나 저축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계 흑자액이 최근 8개 분기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에 실질소득이 사실상 정체된 가운데 고금리로 이자비용이 늘어나 처분가능소득이 줄면서 가계 여윳돈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가계의 흑자액이 줄어드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소매판매 등 내수도 타격을 받고 있다.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 흑자액(전국·1인이상·실질)은 월평균 100만90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만8000원(1.7%) 감소했다. 흑자액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금액을 말한다. 가계 흑자액은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 연속 줄고 있다. 2006년 1인 가구를 포함해 가계동향이 공표된 이후 역대 최장기간 감소다.
흑자액이 감소하고 있는 건 고물가·고금리에 처분가능소득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구 소득에서 이자비용·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금액을 의미한다.
처분가능소득은 2022년 3분기 전년 동분기 대비 3.6% 감소한 이후 2022년 4분기 -1.9%, 2023년 1분기 -1.2%, 2023년 2분기 -5.9% 등 4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2023년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 0.1%로 보합세를 나타냈지만 올해 1분기 다시 1.6% 감소 전환했다. 2분기 0.8%로 증가했지만 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2년 중 4개 분기에서 가구 실질소득이 감소한 데다 고금리에 이자비용이 늘면서 처분가능소득이 타격을 받은 셈이다. 이자비용은 2022년 3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2022년 2분기 8만6000원에서 올해 1분기 12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처분가능소득이 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지출은 최근 8개 분기 중 2023년 2분기(-0.5%)를 제외하고 모두 증가했다.
가계 여윳돈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가계 소비 심리 역시 위축되고 있다. 재화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전년 대비 2.1% 줄었다. 음식점을 포함한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의 경우 지난 7월 101.9(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2.3% 감소했다. 이 지수는 작년 4월부터 16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역대 가장 긴 기간이다. 상품 소비에 외식 서비스까지 아우르기 때문에 실질소비 수준을 보여준다.
소매업태별로 보면 면세점(13.5%), 무점포소매(3.2%) 정도만 늘었을 뿐 백화점(-7.6%), 대형마트(-8.8%), 슈퍼마켓·잡화점(-8.3%), 승용차·연료소매점(-1.6%) 등에서 판매가 감소했다. 음식점업 및 주점업도 지난해 5월부터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내수 악화는 경기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산출하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7월 98.4로 전달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2021년 2월(98.2)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보다 밑이면 경기가 추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지표는 지난 2월(100.1) 이후 5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