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간 감금 상태에서 성매매를 강요받은 20대 여성들을 이웃에 살던 경찰이 지옥에서 구해냈다.
지난달 30일 대구 중부경찰서는 한 집에 살던 20대 여성들에게 상습적으로 조건만남을 강요해 현금을 받아 챙긴 일당 4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2022년 9월부터 지난 4월까지 A씨와 B씨에게 성매매 강요해 1억5000만 원의 현금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A씨와 B씨는 형편이 어려워 식당 일을 하다가 만난 또래 여성 C씨로부터 같이 살자는 말을 듣고 이에 응했다가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감옥에 갇혔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에 의한 무력화를 경험한 것으로 보고 있다.
C씨와 남성 3명은 A씨와 B씨에게 숙식을 제공한다는 빌미로 하루 일당 30만∼50만 원을 정해놓고 성매매를 강요했다. 이를 못 채울 경우 가위바위보 뺨 때리기, 삭발, 잠 재우지 않기 등으로 괴롭혔으며, 성매매하지 않을 때는 가정부 역할도 하게 했다.
피해자 중 A씨는 3살 된 자신의 딸이 볼모로 잡혀 있어 저항하지 못했으며, 두 차례에 걸쳐 낙태를 강요받았다. A씨는 두 차례 탈출을 시도했으나 휴대폰에 깔려 있던 위치 추적 기능을 이용한 피의자들에게 다시 붙잡혔다.
B씨는 피의자 남성 중 한 명과 결혼해 신혼부부 대출 1억 원을 받아 고스란히 빼앗겼다. B씨의 부모도 딸(B씨)의 치료비와 도박 빚 상환 등 명목으로 9600만원 상당을 피의자들에게 뜯겼다.
지독한 범행은 같은 아파트에 살던 경찰관이 남자들에게 둘러 싸인 채 주눅 들어 있는 피해자들 모습을 이상하게 여겨 수면 위로 드러났다. 송오경 대구 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강력팀장은 “피해 여성들은 1년 내내 같은 복장이었다”며 “항상 얘네들(남자들) 감시를 했고, 피해자들은 겁먹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중부경찰서는 탐문을 시작했고 협박 당하던 가족까지 찾아내면서 범행을 밝혀냈다. 현재 주범 C씨와 범행을 도운 남성 3명은 성매매 알선, 감금, 폭행, 협박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주범이 살고 있던 집의 전세금을 범죄 자금으로 보고 기소 전 몰수한 상태”라며 “앞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된 성 매수남 2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해나갈 계획”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