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歌手·Vocalist·Singer). ‘노래 부르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다. 1990년대 연예 기획사에서 ‘아이돌(Idol) 가수’를 내놓으면서 ‘노래와 춤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이후 가수란 ‘노래 또는 춤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으로 불리며 점점 ‘노래’에 대한 중요도가 떨어졌다. 더욱이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목소리를 편집할 수 있게 되면서 노래 실력이 필요하지 않아졌고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장소 또한 줄어들면서 춤, 의상, 외모 등 ‘보여지는 요소’가 중요해졌다. 팬들도 “노래 잘한다”보다는 “예쁘다” “멋지다”며 눈에 보이는 것들에 집중했다.
그런 가요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대학 축제나 페스티벌 등이 다수 개최되면서 팬과 가수가 직접 대면하는 기회가 늘어나자 가수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노래’에 집중하고 있다. 춤이나 외모 등 보이는 것들은 이미 상향 평준화돼 변별력이 떨어지자, 무대 위에서의 안정적인 노래 실력을 내세우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4월 미국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걸그룹 르세라핌이 불안정한 노래 실력을 보이면서 국내에서 논란이 크게 일었다. 이후 인터넷에서 아이돌 가수의 라이브 영상을 편집해 실력을 검증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불안정한 노래 실력을 비판하는가 하면, 뛰어난 라이브 실력에 호평이 쏟아졌다.
특히 걸그룹의 라이브 노래 영상이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춤을 추면서도 안정적으로 노래 실력을 선보이는 걸그룹에 팬들이 환호를 보내는 것. 대표적인 걸그룹이 아이브(IVE)로 최근 찍힌 직캠(직접 캠코더를 들고 찍은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다.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 역시 ‘서머소닉 2024’에서 신예답지 않은 여유로우면서도 당당한 무대와 고음 파트도 소화한 가창력과 탄탄한 랩 등을 선보이면서 호평을 받았다. 탄탄한 라이브 실력으로 ‘명창그룹’이라는 별명을 가진 엔믹스(NMIXXX)는 지난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대형 음악 페스티벌 ‘브리티시 서머 타임 하이드 파크’에서 자신들의 노래뿐만 아니라 유명 팝송 무대를 통해 다양한 음악적 색깔,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라이브 실력을 입증했다.
유튜브에서도 이런 라이브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채널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구독자 1000만명의 일본 유튜브 채널 ‘더 퍼스트 테이크(THE FIRST TAKE)’가 대표적이다. ‘한 번에 쭉 촬영한다’는 기획 의도를 가진 채널로 걸그룹 에스파(aespa)가 출연해 지난달 12일과 26일에 ‘슈퍼노바(Supernova)’와 ‘핫 메스(Hot Mess)’를 열창했다. 해당 영상들은 멤버들의 숨소리까지 하나하나 다 들릴 정도로 ‘노래’에 집중한 영상으로, 에스파는 흔들림 없는 노래 실력을 뽐냈다. 해당 영상은 각각 740만과 160만 조회 수를 넘어섰다.
국내에선 원더케이가 최근 라이브 콘텐츠 ‘아마도 노래 중’을 기획해 선보였다. K팝 가수가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혼자 립싱크를 펼치는 멤버를 찾아내는 콘텐츠다. 지난달 20일 엔믹스가 첫 회 주인공으로 출연해 신곡 ‘별별별(See that?)’을 립싱크로 하는 멤버 한 명을 제외하곤 나머지 멤버들이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대중음악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 페스티벌, 글로벌 투어 등 콘서트를 통해 걸그룹들의 라이브 무대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퍼포먼스뿐 아니라 라이브 노래에 대한 관심과 기대 또한 높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K팝 가수의 다양한 매력 중 라이브 무대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K팝 가수는 팬들이 원하는 걸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회사가 그런 것을 기획하고 있다”며 “다만 여전히 춤 등에 대한 수요도 있기 때문에 회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며, 그에 따른 준비도 철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