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국회 개원식 첫 불참… 통 큰 정치 없이는 민심 못 얻을 것

협량한 행보로 나쁜 선례 남겨
‘불통·독선’으로 지지율도 최악
야당에게 손 내밀고 설득해야

제22대 국회가 어제 오후 첫 정기회 개회식과 함께 개원식을 열었다. 임기 시작 95일 만으로, 이번 국회는 ‘최장 지각’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이전까지 가장 늦은 개원식은 임기 시작 후 48일 만에 열렸던 21대 국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7월5일 개원식을 열려고 했으나, 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등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불발됐다. 여야의 끝없는 정쟁과 폭주로 이제야 개원식을 열었으니 개탄할 노릇이다. 더 실망스러운 대목은 윤 대통령이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은 점이다. 헌법이 1987년 현행법으로 개정된 이후 첫 사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나서 대통령을 초대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살인자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우 국회의장이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도 국정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행보라고 하기에는 너무 협량하다. 더구나 윤 대통령 역시 정치권의 극한 대치에 책임이 없다고 할 처지가 아니다. 여야가 11년 만에 대표회담을 갖는 등 협치를 모색하는 시점이어서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은 더 부적절해 보인다. 이런 행보를 고집할수록 윤 대통령의 ‘협치 실패’만 부각될 것이다. 과거 여소야대 시절의 다른 대통령들은 비록 열렬히 환영받지 못했지만 모두 국회 개원식에 참석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최악이다. 지난달 30일 한국 갤럽 조사에서 23%를 기록한 데 이어 어제는 리얼미터 조사에서 29.6%를 기록했다. 두 조사 모두 취임 후 두 번째 최저 지지율이다. 장기화한 의·정 갈등과 개선 조짐이 없는 불통, 독선 이미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국정 브리핑 및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왜 추락할 수밖에 없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윤 대통령은 민생·경제 문제 등에서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현실인식을 보였고, 채 상병 특검 등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후퇴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여야 정치권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대통령실만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실 우려대로 야당이 국회에서 과도한 행패를 부린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불통 이미지 해소를 위해서라도 야당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더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통 큰 정치 없이는 민심을 얻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