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줄어도 학교·학급 수 늘어…“교육의 질 제고 기회” [연중기획-소멸위기 대한민국, 미래전략 세우자]

학령인구 감소 대응 어떻게

2024년 초·중·고생 1.5% 줄어 513만여명
19년째 ‘내리막길’… 감소 폭 더 커질 듯
교육부, 교사 채용 20∼30% 감축 계획
2025년 교대 입학 정원도 대폭 줄이기로

초·중·고교 수는 2000년대 이후 증가세
일부 신도시 등선 과밀학급 많아 ‘몸살’
교원단체 “핵심 지표는 학급당 학생 수
상한선 도입 등 교원 수급 법제화 필요”

저출생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곳은 학교다. 초·중·고교생 수가 19년째 감소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향후 학생 수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교육 당국은 몇 년간 신규 교사 채용을 20∼30% 줄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학생 수는 줄지만 학교·학급 수는 늘고 있다”며 교사 수를 줄여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학급당 학생 수 상한선을 만드는 등 학령인구 감소를 교육 질 제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2023년 4월 교육부가 교사 채용을 줄이는 내용의 ‘중장기(2024∼2027년) 교원 수급계획’을 발표하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 감축 계획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초·중·고생 10년 전보다 20% 감소

2일 교육부의 ‘2024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 초·중·고 학생(특수학교·고등기술학교 등 ‘기타학교’ 제외)은 513만2180명으로 전년(520만9029명)보다 1.5%(7만6849명) 줄었다. 2004년(779만6298명)보다 34.2%(266만4118명), 2014년(628만5792명)보다는 18.4%(114만3612명)나 줄어든 것이다. 초·중·고생은 2005년 일시적으로 전년보다 100여명 늘어난 이후 19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학생 수 감소 폭은 앞으로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출생아는 2000년 64만명에서 2017년 30만명 아래로 떨어진 뒤 지난해 23만명까지 줄었다. 교육 당국은 2030년에는 초등학생이 현재보다 30%가량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이 같은 학생 수 감소에 대비해 교사 수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중장기(2024∼2027년) 초·중등 교원 수급계획’은 2027년까지 초·중·고 교원 선발을 20~30% 줄이는 내용이 골자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4·2025학년도 초등 교사 신규 채용은 연 3200~2900명으로 2023학년도(3561명)보다 10~18% 줄고, 2026·2027학년도(2900~2600명)는 최대 27% 감소한다. 중·고 교사 신규 채용도 2023학년도(4898명)와 비교해 2024·2025학년도 8∼18%, 2026·2027학년도 최대 28.5% 줄어든다.

내년에는 채용 규모가 한시적으로 늘지만 이는 초등 돌봄정책인 ‘늘봄학교’ 담당(전직) 교원 발생 등을 고려한 조치여서 교원단체에선 내년 선발도 사실상 감축이라 보고 있다.

교육부는 교사 채용 감소에 맞춰 전국 13개 초등교원 양성기관(10개 교대 포함)의 2025학년도 입학정원도 3847명에서 3390명으로 12%(457명) 줄였다. 교대 신입생의 중도 이탈률이 8.5%가량이란 점을 고려하면 교대 학생 수는 전보다 20% 감축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교대 정원이 줄어드는 것은 2012년 이후 사실상 처음(2016년 1명 감소 제외)이다.

 

◆교원단체 “학급당 학생 수 줄여야”

학생 수가 감소하는 만큼 교사 수를 줄이는 조치는 언뜻 보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현재 교사 수는 10년 전보다 약간 늘기도 했다. 올해 초등교원은 19만6598명, 중학교는 11만4780명으로 2014년보다 각각 7.6%(1만3926명), 1.3%(1413명) 늘어났다. 고교 교원(12만9436명)만 같은 기간 3.8%(5052명) 줄었다.

그러나 교육계에선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사 수급계획을 세우는 것은 ‘통계적 착시’라고 주장한다. 학생 수 감소가 학급·학교 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서다. 실제 초·중·고 수는 2000년대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초등학교는 6183개로 10년 전(5934개)보다 249개(4.2%), 20년 전(5541개)보다 642개(11.6%) 늘었다. 중학교는 2004년 2888개→ 2014년 3186개→ 2024년 3272개로, 고등학교는 2004년 2080개→ 2014년 2322개→ 2024년 2380개로 늘었다. 지난해 초등학교 학급 수는 12만5803개로 10년 전(11만9896개)보다 5907개(4.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체 학교에서 학생 수가 비슷한 비율로 조금씩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인구 감소 지역에서 급속하게 줄고 신도시나 도심 과밀지역으로는 몰리는 양상”이라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학교 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초등학교 20.0명, 중학교 24.5명, 고등학교 23.4명으로 2000년(초 35.8명, 중 38.0명, 고 42.7명)과 비교하면 많이 내려왔다. 하지만 이 통계 역시 ‘전체 평균’이어서 실제 현장 분위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초·중·고(분교 제외) 학급 10곳 중 7곳(73.5%)은 학생 수가 21명 이상, 35.2%는 26명 이상이었다. 교육 당국이 ‘과밀학급’으로 보는 28명 이상인 학급도 18.1%나 됐다. 특히 △경기 김포시 48.6% △서울 강남구 43.8% △경기 화성시 43.5% 등 서울·경기 지역은 과밀학급 비율이 높았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교사 채용을 줄이면 학급당 학생 수 지표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교육계에선 전체 평균이 개선되는 것과 과밀학급 문제 해결은 별개라고 보고 있다. 과밀학급이 있는 학교에 신규 교사 수급이 안 되면 시간이 지나도 과밀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학교도 교사 수를 마냥 줄여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의 한 중학교 교사는 “각종 행정업무가 많고 과목별 교사도 필요해 학교가 운영에 필요한 교사 수가 있다”며 “단순히 전체 학생 수로 교사 수급계획을 짜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교육부에서 학교당 최소 교사 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는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부가 강조하는 ‘맞춤형 교육’ 등을 위해선 충분한 교사 수 확보가 필수라는 것이다. 2021년 교육 관계기관이 참여한 교육정책네트워크는 최적의 수업을 위해 적정한 학급당 학생 수는 15명이란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현재 교사 수급 관련 법 기준이 없어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며 “교원 수급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실질적 교육여건 핵심지표는 학급당 학생 수”라며 “학생 수가 감소한다고 신규 임용을 줄여선 안 된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