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최장 지각' 개원식… 민주화 이후 대통령 첫 불참

우원식 “국회 존중해야 국정 성과”
의정갈등 해법·개헌 대화 등 제안
尹 불참 싸고 여야 ‘네 탓 공방’만

제22대 국회가 2일 불명예 속에 첫 정기회를 시작했다. 임기 시작 95일 만에 열리며 역대 최장 지연 기록을 세운 이날 개원식에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최초로 대통령이 불참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개원사에서 “임기 첫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뒤늦은 개원식을 한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면서 “개원식이 22대 국회의 첫 3개월을 돌아보고 자세와 각오를 가다듬는 계기가 되길 간곡히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참석했으면 국민 보기에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 의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 겸 제418회 국회(정기회) 개회식에서 방청석에 앉은 초청 내빈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우 의장은 “국회는 삼권분립의 한 축이지만 국민이 직접 구성한 기관이고 행정과 사법이 작동하는 근거인 법을 만드는 곳”이라며 “헌법이 정부와 법원에 앞서 국회를 먼저 명시한 것은 국회의 특별한 권한과 책임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듭 강조한다. 국회를 존중하지 않고 국정운영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개원식에 불참하고 야당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법안들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또 우 의장은 최근 의정 갈등 속 장기화하는 의료 대란 사태에 대해 “정부, 여야 정당, 의료 관계인, 환자, 피해자가 한자리에 모여 작심하고 해법을 찾아보자”고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을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헌을 비롯한 정치 개혁 논의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개헌의 폭과 적용 시기는 열어놓되 개헌 국민투표는 늦어도 내후년 지방선거까지는 하자”며 “대통령에게도 다시 한 번 ‘개헌 대화’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대통령 없는 개원식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 “명백히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고,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한국 정치사에 큰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을 마친 의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국민의힘 김민전 최고위원은 민주당 김용민·전현희 의원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비난할 수 있나. (국회가) 행정부로부터 존중받고 싶다면 존중받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뒤 악수를 청하자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답했다고 주장했고, 전 의원은 최근 발생한 국민권익위원회 간부 사망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가 살인자”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회에서 ‘계엄설’이 난무하고 대통령을 향한 언어폭력과 피켓 시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원식에 참석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지금 국회 상황은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가 좀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