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내 가자휴전안 최후통첩… “거부 땐 중재 중단”

이스라엘 인질 6명 사망 파장

사망자 미국인 포함에 바이든 큰 부담
백악관 “휴전·인질 협상 계속 할 수 없어”
잇단 협상 결렬에 이·팔 향해 ‘배수의 진’

하마스 납치 251명 중 최소 70명 숨져
석방·구출 117명… 억류 64명 정도 파악

이 전역서 70만명 “즉각 휴전” 촉구 시위
최대 노동자 총연맹도 총파업 가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번 주말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에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과 관련한 최후 중재안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에 끌려갔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시신으로 돌아오며 휴전 협상 압박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중재 노력을 그만두겠다는 ‘배수진’까지 쳤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1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과 관련해 이번 주말까지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최후 중재안을 보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WP는 익명의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 미국이 또 다른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와 함께 최종 협상의 윤곽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최종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미국 주도의 협상이 끝날 수 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가 인질 죽이고 있다”… 거리 가득 메운 이스라엘 시민들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거리에 약 55만명의 시민이 모여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끝내지 않고 인질 협상에도 소극적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을 규탄하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이번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6명의 인질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인 허시 골드버그폴린까지 포함되면서 정치적 부담도 떠안은 상황이다. 11월 대선을 약 2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가자지구 상황을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는 위기감도 깔렸다.

 

미 국방부는 이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통화하고 모든 인질의 석방을 보장하기 위해 휴전 협상을 신속히 타결하겠다는 상호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WP에 “(휴전 및 인질) 협상을 계속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면서 “(인질 사망 사건으로) 협상이 결렬되기보다 협상 타결에 긴박감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에서 납치해 억류 중인 인질을 이날 현재 64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에서 풀려나거나 시신으로 돌아오지 않은 인질의 수는 97명인데, 그 가운데 33명이 납치 당시나 억류 도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WP는 전했다. 이번에 시신으로 발견된 6명 등 이스라엘군이 지금까지 시신을 회수한 37명을 포함하면 지난해 10월7일 납치된 인질 251명 중 최소 70명이 숨진 것이다. 협상을 통한 석방이나 구출 작전으로 살아서 돌아온 인원은 117명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장 공세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힘과 리더십 부족으로 하마스에 의해 살해된 훌륭한 미국 시민 허시 골드버그폴린을 비롯해 이스라엘 인질의 무의미한 죽음을 슬퍼한다”고 썼다. 이어 “분명히 말하건대 이 일은 카멀라 해리스와 부패한 조 바이든이 형편없는 리더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이것은 리더십의 총체적인 부재”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골드버그폴린의 사망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골드버그폴린의 부모는 지난달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단에 올라 아들에게 ‘살아 돌아오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골드버그폴린 유가족에게 위로를 보내고 “바이든 대통령과 저는 가자지구에 억류된 미국인을 비롯한 모든 인질을 석방하겠다는 약속에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시 납치됐다 최근 이스라엘군에 의해 다른 5명과 함께 시신으로 발견된 에덴 예루살미의 어머니(가운데)와 가족들이 이스라엘 페타티크바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시신을 안고 오열하고 있는 모습. 페타티크바=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텔아비브에서만 55만명이 참석하는 등 약 70만명의 시민이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고 CNN 등이 전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다. 시위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겨냥해 “네타냐후, 당신은 인질을 죽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원 수 80만명의 이스라엘 최대 노동자 총연맹인 히스타드루트는 휴전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2일 총파업에 나선다. 히스타드루트의 의장인 아르논 바르다비드는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계속해서 시체만 돌려받고 있다”며 “파업만이 충격을 줄 것이고, 오전 6시부터 이스라엘 경제 전체를 멈추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시위가 가자지구 전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네타냐후 정권을 전복하고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는 운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